등록 : 2005.11.14 21:55
수정 : 2005.11.14 21:55
조센대 강성은 교수 문서 입수
1905년 고종 황제가 을사조약 협상타결을 명령한 것처럼 왜곡해 고쳐 놓은 이토 히로부미 당시 일본 특파대사의 출장보고서 초안이 확인됐다고 15일자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14일 일본 조센대의 강성은 교수로부터 입수한 '이토 히로부미 복명서 초안'의 24행 '한국 황제는 대체로 이번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라는 문구 중 '하는 것이 아니고' 부분에 줄이 그어져 있고 오른쪽 옆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으로 수정돼 있다.
국민일보는 "애초에 고종이 일본 측의 을사조약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기록했다가 나중에 반대한 사실을 흐리는 방식으로 문장을 고쳐쓴 것이라고 강 교수가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복명서 초안 원본의 경우 문제의 부분에 붉은색 줄이 그어져 있었고 가필한 흔적이 뚜렷이 드러난 만큼 고종의 지시로 을사조약 협상이 이뤄졌다는 일부 일본 학자들의 주장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 교수의 견해를 덧붙였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복명서는 을사조약 체결을 강요를 위해 한반도에 건너온 이토가 1905년 11월18일 을사조약을 맺은 뒤 일본에 돌아가 일왕에게 올린 출장보고서로 같은 해 12월8일 작성된 것.
실제 일왕에게 제출된 복명서의 최종본은 1958년 간행된 '일본 외교문서'에 수록돼 있다. 강 교수는 복명서 초안을 2002년 말 일본 국회도서관의 '쓰즈키 게이로쿠 관계문서'에서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이에 대해 "쓰즈키는 이토의 비서였으며, 강 교수가 이미 2002년 12월 일본에서 펴낸 '을사5조약연구'라는 책에서 복명서 초안 수정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국내의 관심있는 학자들 몇명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강 교수가 소속된 조센대학이 조총련 계열이라 한국에 책이 번역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고종황제가 을사조약체결에 찬성했다는 일본의 다른 기록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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