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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7 17:46 수정 : 2006.02.22 19:44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아깝다 이책

편집자들은 자신이 만든 책을 흔히 자식에 비유한다. 그만큼 출간의 고통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책이라는 완성된 형태로 나오기까지 편집자의 모든 일상은 원고의, 원고에 의한, 원고를 위한 시간들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화제가 아닌 말이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면 피식 웃어버리곤 한다. 항상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원고에 대한 짝사랑!

그렇게 애써서 만든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회자되고, 수없이 읽혀진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기대를 배반하는 법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게 있을까만, 리처드 포티의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는 유난히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빌 브라이슨이 “그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최고의 과학 저술가”라고 극찬한 저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포티는 <생명:독단의 자서전>(1998)으로 론 풀랑 상 후보에 올랐고, <삼엽충:진화의 목격자>(2001)로 새뮤얼 존슨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3년에는 록펠러 재단이 우수 과학 저술서에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수상했다. 그런 훌륭한 저자의 작품을 우리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무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책은 몇 년 전 모 일간지에 실린 출판칼럼니스트 김지원 선생의 글을 통해서 잉태되었다. 원래는 리처드 포티의 다른 저작에 관심이 있었는데(물론 그 책을 계약하기 전이었다), 기사 내용을 보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여 계약을 했고, 내용이 내용인지라 번역자의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외국어도 잘하고 우리말도 잘하는 사람은 드문 요즘, 작품에 딱 맞는 번역자를 구하는 것은, 좀 과장하면, 하늘의 별따기다. 더구나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그 입지를 다지지 못한 지질학 분야였다. 고심을 거듭하다가 제임스 왓슨의 책을 번역하신 이한음 선생께 부탁드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를 일반 독자들에게 지질학적 시각으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야심찬 시도가 돋보이는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는 지구의 구조와 45억 년이라는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지질학 책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한 책이다. 저자가 지구의 역사 중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모아 일반 독자들에게 유쾌하게 서술한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성과물이지만, 기행문의 형식을 취한 서술 방식은 탁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지구의 지질학적 성지에 대한 순례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랜드캐년, 유럽의 알프스 산맥과 베수비오 화산 등이다. 그리고 저자는 훌륭한 안내자로서 그곳들의 특수한 지질학적 사항들을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오늘날의 지질학적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직전에 발생했던 지진해일과, 얼마 전에 일어났던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의 지진도 이 책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지구는 살아 있다, 그것도 푸푸 숨을 쉬면서….


주지현/까치글방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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