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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도정일·최재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만5000원 |
인문학과 자연과학 두 ‘지성’이 만났다 도정일-최재천 교수 4년간 방대한 대화 생명복제 등 핫이슈 경계 넘나들며 ‘교직’ 도 “타인을 이해하는 게 인문학적 삶의 제1조” 최 “인간이 살아남을 무기는 다른 생물과 공생뿐”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대담>(휴머니스트 펴냄)의 주인공은 도정일 교수(경희대 영어학부, 비평이론)와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 생물학)다. 기획자가 “출판 미디어 매개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는 최초의 사건”이라고 의미부여를 한 616쪽 짜리의 이 방대한 작업물 서두에 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생물학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도 놀라운 연구 분야입니다. 현대 생물학과 그 연관 분야들은 그동안 인문학이 ‘인간’에 대해 말하고 생각해왔던 방식들에 일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인간 그림이 온통 바뀌어야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학문으로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줄기세포, 복제인간, 맞춤아기, 유전자 지도, 성격 개조, 인간 개량 등 생물학 분야가 내놓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들은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놀라운 신세계의 도래를 알리고 있습니다. 먼 미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을 생물학이 이처럼 빨리 끌어다 우리의 ‘현재’ 속에 실현하게 될 줄이야, 인문학이 미처 몰랐던 일입니다. 그래서 생물학과 인문학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4년 전인 2001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어진 10여 차례의 대담과 4차례의 인터뷰를 주제에 따라 13개의 장으로 재구성한 책은 ‘황우석’으로 상징되는 최근 생명과학의 놀라운 성취와 논란을 예견이나 한듯 실로 적절한 시기에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더할나위없는 사유거리를 선물한다. 연구자와 교육자로서 오랜 체험과 고민을 거친 “두 먹물이 드디어 보따리를 풀면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화려한 대화는 깊고도 풍성하게 펼쳐진다. 사회생물학·진화생물학과 인문학의 경계, 우연과 필연, 신화, 동물-인간의 유비, 프로이트 평가 등을 둘러싼 치열한 논전엔 긴장감이 감돈다. 10여차례 대담·4차례 인터뷰 ‘기적의 도서관’ 건립운동, ‘문화연대’ 활동 등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시민운동가 중 한사람”이라는 도 교수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맞서 싸운) 도정일 비평이 없었다면 1990년대 문학비평은 다소 지루하고 사소해졌을지도 모른다”는 평을 듣는 인문학계 대표적인 지식인의 한사람이다. 저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개미 연구 등을 통해 동물행동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은 최 교수는 과학을 과학자들의 커뮤니티 바깥으로 끌고나와 대중 및 인문학과의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 “귀한 학자”다. 최 교수 역시 우리 시대 ‘인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화두가 생물학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며 화답한다. “과학도 인문학이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분석은 어떨지 몰라도 종합을 하려면 결국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혹은 동양의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걸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산은 바로 언어로 대표되는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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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넣는 장면. 핵 이식 뒤 4~5일 동안 시험관 배양을 거치면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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