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4 19:20
수정 : 2005.11.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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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수 우잘라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지음. 김욱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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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데르수 우잘라>(갈라파고스 펴냄)는 1907년 6월22일부터 이듬해 1월4일까지 지도상의 빈칸이었던 연해주 시호테 알린 산맥 동쪽지역을 탐사한 기록이다. 원제는 <우수리 지역의 밀림에서>. 지은이는 러시아 극동군 소속 정찰부대 지휘관.
군용 보고서와 별도로 1923년 출간된 이 책은 출간당시 고리키로부터 풍부하고 꼼꼼한 자연묘사와 표현력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75년, 일본인 구로사와 아키라에게 눈에 띄어 ‘데르수 우잘라’라는 고리드족 출신 원주민 안내자한테 초점이 옮겨와 영화로 만들어진다. 2005년 한국 독자한테도 사정은 비슷하다.
발자국, 모닥불 흔적으로 그 사람의 나이와 행적을 알아맞힌다든가 달무리나 메아리의 크기로 다음날 날씨를 예견하는 따위는 데르수의 신기한 면모일 따름.
그는 별, 폭포, 강 등 자연물은 물론 물고기, 얼룩바다표범, 호랑이, 사슴 등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실제로 물고기로부터 그곳에 야영을 하지 말라는 말 뒤에 정체불명의 야수가 스멀거렸다든가, 바다표범이 인간의 머릿수를 세고 있는 것에 분개한다든가, 설득하여 물러가는 호랑이를 쏘아 죽인 뒤 가슴 아파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그의 진면목은 인간과 자연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 어느 날 저녁, 지은이가 모닥불에 던진 찌꺼기 고기를 끄집어내면서 “우리는 내일 떠나지만 여기에 다른 사람이 온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다른 ‘사람’은 너구리, 오소리, 까마귀, 쥐, 개미였던 것.
금을 찾다가 굶어죽은 밀림속 조선인 인골, 화전과 담비 사냥으로 물레방아와 맷돌을 이용하며 사는 이주 조선인 대목에서는 일제하 유랑했던 윗대의 삶을 엿보게 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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