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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탄생
월트 프리드먼 지음. 조혜진 옮김. 말글빛냄 펴냄. 1만5000원 |
작가 마크 트웨인은 성공한 책장수였고 존 페터슨은 100년전 할부·신용판매 개발… 서부개척 시대부터 IBM 세일즈맨까지 미국과 자본주의 발달의 필수요소였던 판매의 역사 흥미진진하게 추적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49)에서 30년 이상 같은 회사에서 판매원(세일즈맨)으로 충성했으나 늙어 효용가치가 떨어지자 ‘팽’당하는 로만은 절규한다. “오렌지만 먹고 껍질 버리듯 할 수는 없어. 사람은 과일이 아냐!” 젊은 시절 인기 좋았던 늙은 출장 판매원을 만난 뒤 판매원의 삶을 택했던 그는 이제 무기력한 노인이 됐다. 자신의 무가치함과 가족이 직면한 문제들로 혼란에 사로잡힌 그는 아내와 아들들이 생명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자살한다. 판매원들은 혁신·변화의 중심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는 <화이트 칼라>(1951)에서 미국 경제 전체가 자극을 위한 정교한 기술을 연구하는 시장조사가들, 인사과 직원들, 그리고 판매 관리자들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타락했다고 개탄했다. 비대한 기업 광고와 판매전략이 부른 왜곡과 낭비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은 끝이 없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는 <풍요로운 사회>(1958)에서 미국경제가 기업들이 제품 구매욕구를 충동질하기 위해 매년 1100억달러를 쏟아붓는 불합리한 전략 위에 건설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학자 월트 프리드먼의 <세일즈맨의 탄생>(말글빛냄 펴냄)은 제목부터 그러하거니와, 약간 시각이 다르다. 우선 그는 “현대 세일즈맨십을 아는 것은 미국의 경제와 사회변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한다. 미국이 아니라 전세계, 또는 자본주의사회로 바꿔 놓아도 이상할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판매원들은 산업화, 혁신, 변화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들이 하는 약속, 질문, 고객의 거절을 다루는 기법, 방문, 판매는 악덕이면서 미덕이었고, 전세계 곳곳에 자본주의의 이념을 펼쳤다.” 한마디로 세일즈맨 없는 미국과 자본주의 발달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세일즈의 역사는 19세기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남북전쟁 직전 판매업에 종사하던 행상인들은 1850년에 1만669명, 1860년에는 1만6594명이었다. 2000년엔 판매직에 종사한 사람들의 수는 1600만명, 전체 고용인력의 약 12%였다. 한때 세일즈 분야를 대체할 듯이 보였던 광고의 위력이 점점 더해감에도 불구하고 세일즈맨은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엔 초기에 남자들 독무대였던 판매원 인력의 49.6%를 여성이 차지했다. 세일즈맨이 아니라 세일즈퍼슨(salesperson)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배경이다. 하이테크와 금융업 분야는 개별기업이 10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의 판매인력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현대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을 배경으로, 서부개척 시대의 피뢰침에서부터 재봉틀과 계산기, 자동차를 거쳐 IBM(아이비엠)의 탄생과 발전까지 어떻게 판매의 역사가 이루어졌으며, 그 길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통해 세일즈가 경제행위의 근간으로, 학문의 한 분야로, 그리고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는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연대기식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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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때 세일즈맨은 뭘 팔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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