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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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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거라 자거라 얘야. 니가 할 일이 뭐가 있겠니? 공부 잘 하는 애들이야 귀여움 받고 장래 희망에 차 있겠지만 공부도 별로고 딱히 특기도 없으면 뭘 할 수 있겠니. 니가 뭐가 되겠냐 핀잔이나 듣지.
그렇다고 웃고 떠들고 놀면 주제에 잘 논다는 소리나 듣지. 너희에게 무슨 낙이 있겠니? 그렇다고 너희들의 낙을 너희가 찾을 수 있게 해 주기나 하니? 학교 생활을 너희가 기획 할 수가 있니? 이러저러한 수업을 받고 싶다. 이런 프로그램을 해 달라 축제를 하게 해 달라, 예산을 이렇게 배정해 달라 이럴 권리가 있니? 말로는 교육의 주체라지만 학교 운영위에는 발가락 하나도 못부치는 구나. 학교의 주인이라지만 청소할 때만 주인이구나. 말로는 모두들 너희를 위한다지만 책임과 의무만 지게 할 뿐. 권리는 조금도 주기 싫어 하는구나. 교사를 평가하고 교장을 평가하고 교육부 장관을 평가할 권리가 너희에겐 없고 평가 안할 권리도 너희에겐 없단다. 모두들 너희를 존중한다지만 당사자인 너희에겐 물어 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대체 너희가 무얼 하겠니? 그러니 얘야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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