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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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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찬찬히 읽기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조세미 지음. 해냄 펴냄 따지고 보면, 전형적인 백면서생인지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사에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세상에 크게 뒤쳐질 거라는 염려는 안 한다. 아무리 바뀌더라도 합리적인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리라 믿어서다. 그런데 그 상식선에서 여러모로 고민해보아도 도통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우리의 교육문제다.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교육을 인적 자원을 키우는 수단으로 여기는 사유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단지 역지사지의 처지에서 그들의 주장을 톺아보더라도, 스스로 내세운 목표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라 여기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단순 암기의 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교과중심의 학습에 파묻혀 있고, 동무를 제치고 일등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실용분야에 우선 투자하겠다며 교양과 인문학을 천대한다. 정말, 이런 교육으로도 ‘비즈니스 노마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을까. 다국적 기업들의 인재전략 컨설팅을 맡고 있는 조세미씨의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는 아니다, 라고 답한다. 지은이는 “사고의 유연성이 전혀 없이 정답을 말하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형 인재라고 정의한다. 반면에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영어광풍이나 ‘기러기 아빠’ 현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영어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핵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인성과 리더십이 부족한 일등 중독자들이 너무도 많다”는 지적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경쟁은 “최선의 업무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지, 동료를 제치고 승진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국적 기업이 취업희망자들에게 요구하는 항목 가운데는 다양성과 리더십이 들어 있다. 두 항목은 우리가 얼마나 국제 기준에 뒤떨어져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이 아니라 스포츠나 예술 분야에서도 다채롭게 활동한 바가 있는 사람을 후하게 쳐주는 것이 다양성이다. 경험을 두루 쌓은 사람은 문제상황을 포괄적이면서도 다양한 차원에서 이해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런 이들은 창의성을 발휘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남보다 앞선다. 리더십은 불도저식 추진력이나 남을 밟고 먼저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이상적인 팀을 일구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진정한 성공은 당신 주변의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만듦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현장에서 한 인간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거듭되는 질문을 던져보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내팽개쳐 버린 오늘의 교육이 경쟁력 있는 인재는 만들어낼 수 있을까. 뛰어난 글로벌 인재들의 덕목은 “그들의 교육제도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실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는 것이 책에 실린 경욱호씨(나이키 아시아태평양 브랜드 디렉터)의 인터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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