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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1 19:52 수정 : 2005.12.10 01:17

말글찻집

‘값어치’를 내타내는 배달말에 ‘금·값’이 있다. ‘금’보다 ‘값’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쓰임이 좀 다르다. 금은 ‘시세나 흥정으로 매겨지는 물건의 값’으로 가격·한도·기준에 가깝다. 값은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 받는 돈머리’를 일컫는데, 값의 뜻에 금이 포함되기는 하나 ‘금=값’은 아닌 셈이다.

대체로 공산품들은 값이 정해져 나오는데, 그때그때 수요·공급에 따라 금(시세)이 달라지는 물건도 있다. 농수축산물이나 부동산 쪽이 시세에 민감하여 ‘금’이 오르내릴 때가 많다. 그래서 이런 물건들의 ‘금’을 칠 때는 중개인 또는 흥정꾼이 따른다. 농수산 쪽도 그렇지만 특히 ‘집’을 사고팔 때는 전날부터 가쾌·집주름(릅)이란 중개인이 있었을 정도다.

값은 “값이 비싸다, 값이 오르다, 값이 나가다, 값을 매기다, 값을 깎다, 값을 부르다, 값을 내리다, 값을 퉁기다, 값을 치르다”처럼 어울리고, 실제 사고파는 물건이름 뒤에 ‘값’이 붙어 쓰인다. 금값·똥값·껌값·떡값·김장값·꼴값·얼굴값 …들은 비유적으로도 쓰인다.

‘금’은 금새·장금·시겟금·놀금·인금·쌀금·집금·논금 … 들에다 “금을 놓다, 금을 맞추다, 금을 보다, 금을 치다, 금을 하다, 금이 닿다, 금이 좋다 …” 들로 쓰이고, ‘비싸다·싸다’ 아닌 “높다·낮다”와 어울린다.

집금·아파트금·전세금은 그 시세를 뜻하나, 요즘은 방값·집값·아파트값·전셋값이라면 시세와 치르는 돈을 두루 일컫는 모양이다.

사람 됨됨이를 무게·근수로 나타낼 때가 잦다. 차림새나 외모·언행을 통해 눈치나 경험으로 때려잡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정식으로 ‘면접’을 통해서 판단할 수도 있다. 사람 됨됨이를 살피는 것을 전날에 ‘인금’(人-·인끔)을 본다고 하였다.

“여하간 여염집 여편네의 호기심으로 처음 보는 남자마다 유난히 호기심을 가지고 인금 나름을 하는 것이다.”(염상섭 ‘삼대’)

‘금’은 ‘금’(金)과 소리·뜻이 닮아 꽤 섞갈리는데, ‘품삯 임’(賃)을 써서 만든 ‘임금’(賃金) 같은데서 보인다. ‘임금’을 ‘인금’(人金)으로 엉뚱하게 잘못 쓰는 이들도 적잖은데, 그 말이 어려운 탓이다. 따지고 보면 노임·급료·봉급이 두루 ‘품삯’일 뿐이다.


‘품삯’에서, ‘삯’이란 ‘힘들인 값’에다 ‘물건이나 시설을 이용한 대가’(요금)라는 뜻이 아우른다. 그러니 버스값·전철값·기차값·비행기값이라면 실제 사고팔 때 치르는 그 물건값으로나 쓸 말이고, 그 이용료는 ‘버스삯·전철삯·기차삯·비행기삯’으로 써야 맞다는 말이 나온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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