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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8 18:13 수정 : 2005.12.09 14:03

말글찻집

열 몇 해 사이 우리가 기계·전산 방식으로 말글살이를 하면서 무척 편리해지기도 했지만 그로써 갖가지 새 말들도 만들어 쓴다. 그림·소리까지 인터넷으로 주고받으며 갈무리하는데, 로마자나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게 거슬린다. 아이티 강국이란다면 그에 딸린 이름이나 말도 좀 멋스럽고 임자티를 내야 할 일 아닌가? 다행히도 어떤 견해를 주고받거나 덧붙이는 글을 ‘댓글’이라고 하던데, 영어로는 리플라이(reply), 줄여서 ‘리플’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더러는 답글·덧글·쪽글·코멘트로도 쓰던데, 이는 억지로 다잡지 않아도 자연스레 쉽고 말맛이 나는 우리말 쪽으로 나아갈 터이다. 말을 지어내고 가려쓰는 수준이 저 정도라면 우리 젊은 누리꾼들의 말씀씀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글이 아니라 말이라면 ‘댓말’이나 ‘덧말’ ‘한마디’ 들을 쓸 수 있을 터이다. 이전부터 ‘대꾸’가 있어서 말대답을 일컬었는데, 대꾸가 없으면 말을 묻거나 먼저 건넨 사람이 심심하고 얼굴이 없게 된다. 말참견·간섭·언급 …들도 이에 견줄만하고, ‘말’이면 대체로 ‘글’도 싸안는다.

전날 서울말에 어떤 일을 두고 하는 말을 ‘그댓말’이라고 썼던 것 같다. 염상섭 소설 ‘삼대’나 ‘불연속선’, 김동인 등에서도 이따금 보이는데, 요즘 말로 ‘그에 대한 말’ 정도로 풀고 있다. “그댓말은 뭐던가?, 그댓말은 않겠네, 그댓말은 줄임세” 식으로 되살려 써봄직한 말이 아닌가 한다.

“내 앞에서 다시 누가 그댓말을 꺼내면 내 손으로 불질러 버리고 죽는다.(염상섭 ‘삼대’) 그러나 육혈포가 웬 것인지? 그것만은 장훈이도 그댓말은 안 하였다.( " ) 쟤 어른께서 서울 오셨단 말이 있는데, 그댓말 못 들었나? 그댓말은 못 들었는데 누가 그럽디까?(" 불연속선) 망할 기집애, 그러니깐 나한테도 그댓말도 못했구나.(김동인 ‘정열은 병인가’) …”

‘그딴말’은 어떤가? ‘그 따위로 하는 말, 그 따위의 말’을 줄여 쓴 것인데, 말 자체를 얕잡는 식이어서 자칫 상대를 불쾌하게 할 터이나 긴 말을 줄여쓰는 성금은 있는 말이다. 대신 ‘그댓말’은 이런 말 저런 말, 그런 말, 가는 말, 오는 말이나 ‘그딴말’과는 쓰임이나 조합이 다르다.

사전에 싣는 말을 ‘올림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사투리나 온갖 외래어까지 찾아 올리는 판에 왜 이런 말을 올리지 않았을까? 성의가 덜한 까닭일터. 요즘처럼 “그에 대해, 이에 대한 …” 따위가 거추장스레 쓰이는 현실에서 이만한 이은말 만나기가 쉽잖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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