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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5 18:06 수정 : 2005.12.16 15:47

2003년 부각된 ‘개인’ 2004년 ‘개인의 상상력’으로 확장 2005년 개인의 능력 표출 ‘임파워먼트’로 진화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올해의 출판 키워드

2003년엔 ‘절박한 개인의 부각’을, 2004년엔 ‘개인의 상상력 추구’를 한국 출판시장에서 한 해를 상징하는 출판 키워드로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가 선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2005년의 출판 키워드는 무엇일까?

나는 2005년 초에 ‘어젠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절박한 처지에 빠진 대중이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처지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자기 상상력을 회복하는 일뿐이라고 판단했다면, 이제 스스로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무엇’을 추구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세계화 체제에 완전히 편입돼 외국자본 투기의 무대가 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지금 장기불황으로 빠져들 조짐마저 보인다. 수출은 호조를 띠고 있지만 내수 침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부자와 가난한 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와 진보의 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져 빈곤, 양극화, 실업의 문제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불안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대중에게 스스로 무장할 것을 촉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어젠더는 대략 다섯 유형 정도로 나타났다. 2005년에 유일하게 밀리언셀러가 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편, 위즈덤하우스) 같은 평범한 개인의 ‘실천 매뉴얼’, <10년 후 한국>(공병호, 해냄), <대한민국 2010 트렌드>(엘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신문사)를 비롯한 ‘미래담론’, 동양 고전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소개하는 <강의>(신영복, 돌베개)를 비롯한 ‘요다형 책’(압축·요약본)은 이미 상반기에 필자가 <한겨레> 지면에서 정리한 바가 있다.

여기에다 더 추가할 것이 ‘기본(원칙) 중시’와 ‘임파워먼트’다. 피 터지는 시장(‘레드오션’)에서 혈투를 벌일 것이 아니라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찾아 나설 것을 촉구하는 <블루 오션 전략>(김위찬 외, 교보문고), 상식과 통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 웅진지식하우스), 경제학의 원칙을 ‘지식’이 아닌 ‘사고방식’으로 제시하는 <서른살 경제학>(유병률, 인물과사상사) 등은 힘들고 고단한 때일수록 기본을 잃지 말라는 지혜를 던져준다.

국제 엔지오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한 5년의 경험을 정리한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한순간의 사고로 치명적 장애를 입었지만 장애를 축복으로 생각하며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의사 이승복의 자전적 이야기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황금나침반) 등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되 자신만이 지닌 능력을 밖으로 표출한다’는 뜻의 임파워먼트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이것은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김영사)인 “내면의 소리를 찾아내고 남들도 찾도록 하라”나,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시하는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라는 가르침, 심리학 책의 유행 등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산업화시대에서 벗어나 지식노동자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었다. 게다가 토마스 프리드먼은 신간 <세계는 평평하다>(해냄)에서 지금 이 시대를 이끄는 역동적인 힘은 국가나 대기업이 아닌 개인과 소규모 기업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한 인간이 가진 힘에 의해 세계는 축소되고 평평해지고 있는데 기술의 발전, 통신기술의 혁명적 진화,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말미암아 지역이나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져 개인의 힘이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이 대다수 개인에게는 오히려 불행한 현실이 되겠지만 실제로 능력 있는 개인은 하루아침에 ‘메이저 스타’로 등극할 수 있기에 개인들은 꿈을 펼칠 준비를 한다.

이제 개인은 누구도 갖지 못한 상상력으로 스스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주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강속구가 아닌 변화구다. ‘누구나 알아야 할 보편적인 지식’(즉 객관적 명제)이 아닌 주관적 맥락 잡기로 자기 상상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략 정보(즉 어젠다)를 생산할 수 있다. 2005년에는 바로 그런 정보를 ‘스스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한 해를 주도했다. 그래서 나는 2005년 한국 출판시장의 대표 키워드를 ‘임파워먼트’로 선정했다. 이것은 지식노동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미덕이 아닌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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