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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5 18:39 수정 : 2005.12.16 15:47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김문식 신병주 지음. 돌베게 펴냄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 땅을 밟았던 프랑스군 장교 주베르는 탄식했다. “이곳에서 감탄하면서 볼 수밖에 없고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라도 어디든지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조의 그런 놀라운 기록문화의 꽃 가운데 하나가 의궤다. 의궤란 무엇인가? ‘의식’과 ‘궤범’을 합한 말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란 뜻이다. 조선 왕실에서는 모든 주요 행사를 선대에 행한 사례를 토대로 시행했다. 이를 위해 임시기구까지 만들어 모든 국가행사에 관한 일체의 내용들을 치밀하고 구체적인 그림과 글로 남긴 것, 그것이 의궤다.

의궤는 사진이 없던 시대의 정교한 시각 기록물일 뿐 아니라 김홍도, 김득신 등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참여한 그림들은 그 자체로 뛰어난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동아시아에서 이런 의궤를 제작하고 보관한 곳은 조선뿐이다. 이 땅이 기록문화의 후진국이 된 것은 근대 식민지시대와 전쟁을 겪고 난 이후의 일이다.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물품 중에도 의궤들이 들어 있었고 그 가운데 살아남은 191종 297책을 1975년 파리 국립도서관 촉탁직원으로 일하던 한국인 박병선씨가 발견해 비로소 세상에 알렸으며, 한국-프랑스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문화재 반환 공방도 거기서 비롯됐다.

기왕에도 이런 의궤들에 대한 단편적 소개가 없지 않았으나, 돌베개가 펴낸 이 책은 전문가들의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12 가지 분야 방대한 분량의 의궤들을 다양한 시각자료들과 함께 독특한 판형 위에 다채롭고 깔끔하게 재구성하고 해설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는 그 우수성을 인정해 이 책을 올해 일반도서 부문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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