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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5 18:49 수정 : 2005.12.16 15:47

<미래를 여는 역사>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새역모 교과서 대응 부교재로 채택 ‘평화교육 바이블’

“이런 역사책이야말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우호 창조에 걸맞습니다. 꼭 학생들에게 읽히겠습니다.” 지난해 8월 한국 안양에서 열린 한·중·일 청소년 역사교류 캠프에 참가해 <미래를 여는 역사>의 편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런 벅찬 느낌으로 이 책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 캠프에서 역사교과서운동본부 사람들의 헌신적이고 정열적인 생각이나 행동에서도 큰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귀국한 뒤 가을에 본교 사회과 회의를 거쳐 2005년도 리쓰메이칸 우지고교 2년생의 세계사 부교재(부독본)로 이 책을 채택했다. 일본 청소년 역사교육은 시험체제의 제약도 있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시험에 출제될 사항을 암기할 것인가’에 주안점이 놓여져 있는 형국이다.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이라는 제약도 있다. 그리고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등의 우파세력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리나 관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처럼 국가 지도자 자체가 과거역사를 진지하게 대하려 하지 않고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중·고·대(대학원) 일관교육을 추진하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교학이념으로 내걸어 현재의 시험체제에 속박당하지 않는 리쓰메이칸학원 부속고교인 본교야말로 이 책을 부교재로 채용해 학생들에게 일본과 한국, 중국 사이의 올바른 미래지향적 역사인식을 육성할 책무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리쓰메이칸학원이 설립한 리쓰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에는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등록해 일상적으로 국제적인 교류를 심화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리쓰메이칸 한국사무소도 설치돼 다수의 유학생이 리쓰메이칸학원에 다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부교재로 채용하는 일은 리쓰메이칸학원의 국제화를 더욱 진전시키고 동아시아 평화와 우호에 공헌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기다렸다, 일본 학생들에게 꼭 읽히길 <미래를 여는 역사>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역사교과서운동본부가 시민·행정을 불문하고 활발한 운동을 펼치고, 일본 언론에 대해서도 새역모 등의 우파세력이 채택하려 한 교과서를 비판하는 신문광고를 실어 전국 각지에서 큰 화젯거리가 됐다. 그 운동은 적지않은 우리 일본 사회과 교사들을 매우 고무시켰다. 이에 비해 일본내의 운동은 새역모 등 우파세력의 책동을 막는 성과를 올리긴 했으나 충분하지 못했다. 지금 많은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고 교과서 내용 범위내의 역사교육에 그쳐 학생들에게 비판정신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군 성노예’(종군위안부) 기술이 교과서에서 모습을 감춘 일은 기억에 새롭다. 또 한국의 역사교과서운동본부가 전국 중학교에 이 책의 한국판을 배포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일본에서는 이 책을 부교재로 채용한 곳은 본교뿐이어서 학교현장에서 이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더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유감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육에는 지금 여러 ‘온도차’가 존재한다.

이 책이 출판된 뒤 본교 학생들은 다양한 지도방식을 통해 이를 읽었다. 먼저 ‘인상에 남는 부분을 5 가지 들어 새로운 인식이라 느낀 점에 대해 감상을 쓴다’는 방식, 그리고 ‘미래를 여는 역사에 관한 신문기사를 오려서 그것을 요약하고 감상을 말한다’는 방식, 또 수업에서 다룬 부분에 대해 ‘이 책 내용 중에서 시험문제를 낸다’는 방식 등이었다. 책을 읽은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감상을 남겼다.

“지금까지의 세계인식을 뿌리부터 바꿨다. 당연한 걸로 생각했던 건 자국중심의 역사라는 걸 알았다. 일·중·한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짓을 해왔는지 알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감성이나 정의감은 지금의 정세 속에서도 실로 건전했다.


이 책에서 학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 테마 상위 3개 항목을 든다면,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학살, 세균전, 난징대학살이었다. 그 항목들을 읽은 학생들은 모두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이런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교육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는 새역모 등의 우파세력이 자학사관이라 공격해온 항목이지만, 실은 현행 교과서를 사용한 역사교육에서도 한·중·일의 우호적인 미래를 위해 이들 항목이 피해갈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임에도 충분히 무게를 두고 가르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일본의 침략을 받은 한국인들에게 그 피해는 지금도 이른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고, 거기에다 총리나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로 화근이 증폭되고 있는데 대해 가해자인 일본의 역사교육에서 그런 사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또 다뤄진다고 해도 ‘과거완료형’으로 언급돼 현재의 정세와 관련지운 시점에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우려해야 할 일이 아닌가.

또 중고생 단계에서는 특공대에 관해 심정적인 이해가 우선되기 쉬운 까닭에 명중률이 12%였던 사실이나 자유주의자로서 침략전쟁에 비판적인 대원의 존재를 소개함으로써 침략전쟁 전체의 구도를 이해할 수 있는 점은 한·중·일 3국의 공동편집이라는 이 책의 최대 특징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일본사회에서 보급되는 정도가 한·중·일의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미래를 여는 역사’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전국의 사회과 교사 필독서임과 동시에 이 책을 한·중·일 3국의 청소년에게 널리 보급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우호를 쌓아가는데 토대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모리구치 히토시 리쓰메이칸우지 중고교 교사·리쓰메이칸대 강사, 번역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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