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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5 20:09 수정 : 2005.12.16 15:49

<불의 기억 1·2·3>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박병규 옮김. 따님 펴냄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수탈된 대지-라틴아메리카 오백년사>,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 <축구, 그 빛과 그림자>, <거꾸로된 세상의 학교> 등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진 우루과이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최고 작품이자 라틴아메리카(중남미)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권 ‘탄생’, 2권 ‘얼굴과 가면’, 3권 <바람의 세기>로 구성된 책은 1492년 콜럼버스의 카리브해 도착 이후 갈레아노가 스페인 망명생활을 끝내고 조국에 돌아가기 한 해 전인 1984년까지 500년에 걸쳐 자행된 유럽 백인들의 침략과 약탈, 살륙, 차별과 억압에 대한 고발이며, 빛나는 문명을 건설했던 아스테카와 잉카, 마야의 땅이 어떻게 가난과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찬 절망의 땅으로 전락해갔는지를 증언하는 중남미의 잃어버린 민중사다. 철저히 파괴되고 망실된 역사와 기억의 복원이며 잃어버린 자아와 정체성 재발견의 대합창이기도 하다.

“<불의 기억>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는 독자글이 있었다. 슬픔에서 힘이 나오는 법. 군사독재에 맞서다 사형수 리스트에도 올랐던 갈레아노가 온몸으로 실천해온 고통스런 역사·현실 바로 보기, 그리고 숙성된 증언이 갖는 힘이야말로 그 전형이 아닐까.

“확실한 문헌자료에 근거를 둔”,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풍자적이고 절제된 문체로 연대기식으로 엮는 방대한 서사 전개방식은 파격적이지만, 픽션으로는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과 분노와 슬픔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담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름없는 수많은 개인들의 기구한 인생유전을 포함해 피사로, 코르테스, 아옌데, 포카혼타스, 카스트로, 아르벤스, 소모사, 네루다 등 숱한 역사적 인물·사건과 얽힌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구비치며 등장한다. 단편들처럼 보이는 그들이 긴밀한 내적 연관성속에 역동적인 전체상을 그려간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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