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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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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지식 대통합 가능성을 모색한 최초이자 의미있는 시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고 감동했던 우리는 거대한 그림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각자 맡은 부분을 똑같이 그려보는데 지난 400년을 보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만나 각자의 퍼즐 조각들을 맞춰 우리가 그린 ‘천지창조’를 감상할 때가 왔다.” 노벨상을 수상한 고체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의 비유는 과학자들이 왜 21세기의 최대 화두로 ‘학문의 대통합’을 꼽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지난 세기의 학문이 지식을 잘게 나누고 쪼개어 분석하는 환원주의적 틀에 기반을 두었다면, 21세기 학문은 나뉜 지식을 통합하여 전체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과학자들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그린 퍼즐조각을 다른 퍼즐조각과 맞춰볼 엄두가 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생물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사이언스북스)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유는 이 책이 지난 30년간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온 윌슨이 ‘지식 대통합에 관한 자신의 학문을 총결산한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쓴 논쟁적 저작 <사회생물학>이 출간된 지 30년이 된 시점에 번역된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출간 뒤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전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 책은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이라는 ‘두 문화’는 본질적으로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딴지’에서부터, 30년 전 윌슨이 자신의 저서 <사회생물학>에서 주장했던 내용에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는 ‘시비’까지 혹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출간 뒤 7년이 지난 지금, 숨고르기 뒤에 다시 들여다 본 이 책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로 ‘통찰력으로 가득 차 있다’로 정리할 수 있다. 윌슨은 이 책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포함해 인간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과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라는 서구 학문의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다양한 학문 지류들을 섬세하게 분석하며, 인문학과 예술, 심지어 종교까지도 자연과학과 통합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식 대통합을 가로 막는 이분법적 대립들, 예컨대 자연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 유전자주의자와 환경주의자, 유신론과 유물론자 사이에 놓인 벽을 넘나들며 사물에 널리 통하는 원리를 모색한다. 역사학자 제럴드 홀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에드워드 윌슨이야말로 세계는 질서정연하며 몇몇 자연법칙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이오니아의 마법’에 걸린 과학자인 것이다.그는 21세기 학문은 결국 자연과학과 창조적 예술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으로 양분될 것이며, 사회과학은 생물학이나 인문학에 자연스레 흡수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통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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