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5 21:08
수정 : 2005.12.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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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편지함> 남찬숙 글·황보순희 그림. 우리교육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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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순남이는 컴퓨터가 없다. 밥이나 굶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인 집안에 산다. 어느날 학교 컴퓨터 시간에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법을 배운 뒤 얼굴도 모르는 한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궁색한 자신의 처지를 감춘다. 이름도 속인다.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가지만, 순남이는 글쓰는 재미에 푹 빠진다. 작문 실력이 부쩍 부쩍 늘며 동화작가의 꿈도 키워간다.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법도 배운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그리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성격은 친구들을 사귀고 남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뀐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비밀과 거짓말의 경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지 어른들은 잘 모른다. 부모도 물론이다. 알더라도 그저 당연히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라며 대수롭게 않게 넘겨버린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방황을 할 수도 있다.
<받은 편지함>은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터치로 그려낸 성장 동화이다. 작은 거짓말이라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일들이 아이의 내면에서 어떤 작용을 거쳐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을 학부모가 읽는다면 순남이가 겪는 성장통의 깊이를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면서 더불어 자신의 자녀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집단 따돌림을 사실적으로 다룬 <괴상한 녀석>, 어른들의 간섭과 억압으로 황폐해진 어린이들의 삶을 농밀하게 담아낸 <사라진 아이들>, 해체되는 가족의 문제를 어린이의 눈으로 포착한 <가족 사진> 등을 냈던 작가 윤찬숙은 이번 작품으로 또 한번 우리 아이들의 든든한 동반자임을 보여주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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