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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5 22:02 수정 : 2005.12.16 15:53

<블루오션 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강혜구 옮김. 교보문고 펴냄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올해 경영계에 최대 화두 던진 전략서

경영자들은 늘 괴롭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다독여 정해진 기업 목표에 이르도록 줄곧 애써야 한다. 임금, 근로조건 등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만한 요인은 곳곳에 널려 있다. 직원들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부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경영자들의 고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이제 그야말로 본격적인 ‘전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빼앗기 위해, 혹은 새로운 도전자에게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영자는 힘겨운 전투를 치러야 한다. 이들에게 ‘경쟁’이란 존재 이유이자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온다.

경기가 침체에 빠질수록 경영자들의 괴로움과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기업환경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경쟁 상대가 한발 앞서나가는 것은 아닌지 눈매를 치켜뜨는 일 또한 게을리 할 수 없고, 제 스스로 한발 앞서나갈 묘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한다. 경기가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올 한 해, 이 땅의 수많은 경영자들의 모습이 바로 이러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음을 슬그머니 일러준다면? 경영자들이 내뱉는 한마디는 아마도 똑같을 게다. 정말 그런 ‘이상향’이 있단 말인가? 유혈이 낭자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벗어나 여유로이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그런 시장. 도대체 어디에? 경영자들의 24시간을 짓누르던 스트레스는 단 한 방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올 한 해 경영계 최대 화두였던 ‘블루오션’은 이처럼 기존 시장인 레드오션과의 극명한 ‘대비’ 속에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다. 레드오션 대 블루오션. 경쟁 대 비경쟁. 일종의 이분법적 브랜드 전략의 성공 스토리인 셈이다. 경기 침체의 터널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브랜드 전략은 더 없이 잘 먹혀 들어갔다.

성공 욕망 단박에 사로잡다
물론 블루오션이라는 게 단지 ‘난세’에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브랜드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블루오션으로 나아가는 개척자들만이 상당 기간 동안 고성장과 고수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다그친다. 고급과 저가로 나뉜 시장의 어느 한쪽에 뛰어드는 대신 ‘누구나 쉽게 마시는 재미있는 와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오스트레일리아의 와인 생산업체 카셀라 와인즈의 경우가 그랬다. 이 회사가 내놓은 옐로 테일은 블루오션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준단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없애고 검은 바탕에 선명한 오렌지색과 노란색 캥거루를 그린 파격적인 라벨을 선보인 옐로 테일은 미국 와인업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출시 2년 만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미국 시장을 장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블루오션의 본보기다.

전용기를 콘도미니엄처럼 1년에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환자들이 직접 간편하게 놓을 수 있는 인슐린 주가, 불필요한 기내식을 없애고 속도, 운항편수 등으로 승부하는 저가항공, 동물 묘기를 없애고 연극 요소를 집어넣어 완전히 색다른 공연을 만들어낸 서커스 공연 등… 기존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냄으로써 성공에 이른 경영 사례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의문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설명되듯, 발상의 전환 혹은 차별화만이 블루오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일까? 이런 의문은 “신제품 발명이나 기술혁신에는 관심이 없다”는 저자들의 고백을 통해 좀 더 분명해진다. 틈새시장이나 기존 시장의 변두리 영역에만 머무른 저자들의 시야가 자동차, 전자, 반도체, 철강, 조선 등 기존의 주요 산업 사례에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과 맥을 같이 하는 듯 보인다. 기술 개발을 끌어들이지 않을 경우, 플래시메모리라는 고속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을 일군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들어설 공간이 없다. 품질 개선으로 시장점유율을 쑥쑥 높여가는 자동차 메이커의 경영전략도 빛을 잃는다. 블루오션이 좁은 틈새를 파고드는 것을 통해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듯 보이는 기존의 주요 산업 분야에서도 블루오션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블루오션 자체가 아니다. 블루오션에 이르는 항해기술을 어떻게 익힐 것인가가 관건이다. 저자들 역시“아쉽게도 블루오션은 해도에도 잘 나타나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가. 레드오션 대 블루오션. 명쾌한 듯 보이는 자리매김에도 불구하고, 정작 블루오션에 이르는‘전략’이 소홀히 다뤄진 건 그렇기에 아쉬움을 더해준다. 저자들이 그려보는 ‘전략 캔버스’ 역시 실용적 지침의 역할을 일부 담당할지언정, 구체적 전략 차원으로 승화되지는 못했다.

결국 블루오션이란 애초부터 레드오션 너머 저 편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되는 미지의 시장이 아니다. 피비린내 나는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시장일 따름이다. 시장을 ‘만들어가는’ 힘과 전략. 올 한 해 거세게 불어 닥친 블루오션 열풍이 우리에게 던져준 진짜 과제다.

최우성/<이코노미21> 편집장 morge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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