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5 23:13
수정 : 2005.12.16 15:54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허수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십여 년째 독일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시인이 고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과 세계를 관찰한 결과물이다. 전쟁과 파괴로 점철된 듯한 청동의 시간 아래에 생명을 심고 가꾸는 감자의 시간이 버티고 있음을 잔잔하게 역설한다.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실험적으로 표출한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연작도 흥미롭다.
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사진작가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이 시대 농어촌과 그곳 사람들의 초상이다. 사진작가로 하여금 농어촌을 찾게 한 것은 목가적인 전원풍경을 기대한 잡지사의 청탁이었지만, 그가 실제 현장에서 만난 것은 거의 정반대라 할 만한 것이다. 삶의 근거와 이유를 잃고 기약없이 떠도는 ‘유랑’이 그 실체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푸른숲 펴냄
사형수와 사형제도라는 묵직한 주제를 작가 특유의 역동적이며 감성적인 필치로 다루었다. 사형수들 자신과 관련자들을 오랫동안 취재한 흔적이 엿보인다. 정치적·경제적 약자를 향한 연민의 시선이 제도에 관한 철학적·종교적 성찰과 맞물리면서 끝내는 읽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카스테라>를 ‘청년백수 시대’에 대한 소설적 증언이라 할 수 있겠다. 학교와 사회 사이에 끼여 있는 젊은이들의 우울한 초상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짐으로써 슬픈 웃음을 자아낸다. 벗어나고픈 현실의 중압감은 종종 황당무계한 환상을 낳는데, 그 환상은 현실에 대한 소극적 저항으로 이해할 만하다.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 김윤식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문학사가이자 현장비평가로서 지은이가 남긴 왕성한 생산력은 가히 경탄할 만하다. 이 책은 그의 작업을 추동한 내적 동력과 시대적 배경을 알려주는 자전적 에세이다. 식민 치하에서 성장한 소년이 어떻게 근대라는 숙제를 붙들고 씨름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문학과 만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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