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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5 06:00 수정 : 2019.02.15 19:56

중력
권기태 지음/다산책방·1만4800원

권기태(사진)의 소설 <중력>은 우주인 선발 과정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다.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가 났을 때 작가 자신 선발에 지원했다가 시력 때문에 포기했고, 내처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현지에서 선발 및 훈련 과정을 취재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소설은 최종 후보로 뽑힌 네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생태보호연구원의 식물 연구원인 이진우, 미국 유학생인 엔지니어 김태우, 유일하게 문과 출신으로 벤처 회사에 다니는 정우성, 그리고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마이크로로봇연구단 연구원인 김유진. 경쟁자이자 동료라는 이율배반적 관계에 놓인 이들이 힘겨운 훈련과 시험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적으로도 성숙하는 모습을 담았다.

1961년 4월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돈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기억되지만, 그로부터 넉 달 뒤 두번째로 지구 궤도를 돈 게르만 티토프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가가린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지만 티토프는 25시간에 걸쳐 열일곱 바퀴나 돌았음에도 그에게는 ‘영원한 2등’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최초의 한국 우주인 자리를 노리는 네 사람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들은 때로 상대를 견제하고 의심하며 미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도움을 주고받고 서로를 격려하며 외부의 ‘적’에 맞서 힘을 합치는 것은 물론이다. 우주비행 선진국인 러시아 관계자들의 오만과 횡포에 이진우를 비롯한 한국인 훈련생들이 반발하는 장면에서는 애국주의적 과학기술관이 엿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평범했지만 앞날로 나아가는 이런 팀워크를 통해서 비범한 데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최종 선발된 김유진의 말에 소설의 주제가 녹아 있다. 마저 듣자면 이러하다.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그러려면 연민을 지녀야 해요. 간발의 차이로 저의 뒤에 서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들은 더 헌신적이어서, 그리고 어쩌면 운이 없어서 뒤에 섰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진우에게는 열 살 때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누이동생 수영에 얽힌 추억이 있다. 오빠가 처음으로 빌린 망원경으로 토성을 보며 “노란 달걀이 반지를 끼고 있어”라고 했던 누이의 순수한 꿈이 진우로 하여금 우주인 선발에 응하게 했고, 과정이 끝난 뒤에는 원래 있던 중력의 땅으로 되돌아오게 이끌었다.

최재봉 기자, 사진 다산책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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