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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9 06:01 수정 : 2019.03.29 23:17

빈센트 나의 빈센트-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21세기북스·1만6000원

“당신은 그의 죽음에 대해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데, 그의 삶에 대해선 얼마나 알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들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2017)에 나오는 대사다.

색채의 마술사로 추앙 받는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살아 생전엔 지독한 가난과 불운 속에서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를 기대야 했던 예술가, 실패를 거듭하는 사랑에 상처 받고, 자신의 귀를 자른 자화상을 남겼으며, 정신질환에 시달린 끝에 의문의 자살로 서른일곱 생을 마감한 인물. 고흐는 뒤늦게 조명받은 명작들뿐 아니라 열정과 비운이 뒤범벅된 삶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깊게 적신다. 마치 누구에게나 ‘나만의 빈센트’가 있는 것처럼. 작가 정여울은 신작 에세이 <빈센트 나의 빈센트>에 “최근 10년간 알 수 없는 열정으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빈센트가 머물렀던 유럽의 도시 구석구석에서 그의 흔적을 더듬고 풍경을 담아냈다. 사진가 이승원이 작가와 동행하며 고흐를 되살린 수십장의 컬러 사진들도 생생하다.

프랑스 생레미의 빈센트 반 고흐 거리. 사진 이승원, 21세기북스 제공
지은이는 “빈센트의 그림이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학적 몸부림이자, 자신의 삶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아름답고 치열하게 가꾸는 강렬한 의지였다”고 믿는다. “그는 삶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삶을 사랑했”으며, “우울과 광기와 슬픔의 힘이 아니라, 사랑의 힘, 감사의 힘, 지칠 줄 모르는 생명력으로” 그림을 그렸다. 작가를 네덜란드로, 프랑스로, 벨기에와 영국으로 이끈 ‘알 수 없는 열정’이 바로 그 간절함의 힘이자 ”빈센트가 말을 걸어온 순간”이었을 테다.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묘지 앞에 놓인 한 통의 편지. 사진 이승원, 21세기북스 제공
그렇게 떠난 여정에서 작가는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 “밤하늘에 붓으로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은 정말 행복했”(빈센트가 여동생에게 쓴 편지)던 순수를 느끼고, <해바라기>에서 “정물을 묘사하기보다 자신의 열정과 갈망을 표현”하던 빈센트를 발견하고, “<별이 빛나는 밤>과 <사이프러스>를 만나면서 내 불안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게 이 책은 빈센트의 삶과 예술이 지은이의 섬세한 감성으로 스며든 에세이 평전이 됐다.

빈센트가 삶의 마지막 두어 달을 보낸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의 성당 앞에 그의 작품을 새긴 안내판이 보인다. 사진 이승원, 21세기북스 제공
조용한 저녁, 조금은 낮은 조명에 돈 맥클린의 “스타리 스타리 나잇의 잔잔한 선율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어느 순간 작가가 들었던 빈센트의 속삭임이 수채화 물감처럼 독자에게 번져 올지도 모를 일이다. “삶이 허락하는 제한된 지평선을 뛰어 넘으라고. 내 영역에 안주하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세계’를 꿈꾸라고.”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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