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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5 06:01 수정 : 2019.04.05 19:56

스타벅스 성공과 ‘스타벅스화’ 분석
“자아의 최대화 위한 최선의 노력”
‘몰입’을 ‘문화적 몰입’으로 읽어내

스타벅스화-스타벅스는 어떻게 낭만적 소비자들의 진지가 되었나
유승호 지음/따비·1만6000원

“스타벅스는 복세편살 덕택에 잘나가고 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인 ‘복세편살’이 <스타벅스화>의 저자 유승호가 생각하는 스타벅스가 잘 나가는 이유다. 커피를 사고파는 곳에 머물지 않고, 스타벅스가 대도시를 바꿔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를 철저히 보호하고 존중하면서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상호 모순된 양극이 조화롭게 만나는 관계”라는 욕망을 드러내는 곳이라고. ‘사’자로 끝나는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 ‘돈 많은 백수’가 청년들의 소망이 되는 시대에, 탈주하려는 저항이 탈주에의 두려움과 얽힌 시대에 그는 스타벅스가 낭만적 소비자들의 진지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그 분석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유승호는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교수다. <서열중독> <당신은 소셜한가> <문화도시> 같은 저작을 발표해 온 저자는 인문학 혹은 낭만이라는 정서의 측면에서 스타벅스의 성공과 ‘스타벅스화’되어가는 세상을 살핀다.

“경제가 비경제적인 요소로 인해 더욱 이윤을 얻게 되는 역설을 스타벅스의 벽을 채운 사진들이 보여준다.” 사진 유승호. 따비 제공
왜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성공했을까. 저자는 일상에 녹아드는 우리만의 커피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탈리아에서 스타벅스가 실패한 이유는 일상의 문화 속에 카페가 생활의 양식으로 스며들어 있고 바리스타들이 자신의 기술로 커피를 우려내는 ‘작은’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 숨은 챔피언이 없는 한국에서 스타벅스는 맥도널드처럼 예측가능성을 담보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유명한 카페가 즐비한 강릉 해변에서 오히려 스타벅스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스타벅스의 가격은 어디에서나 같고, 매장 분위기도 시애틀과 서울, 강릉이 같다. 스타벅스로 여행한다는 발상도 가능해진다. “집 밖으로 나서고 싶지만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확장을 통해 자신의 현 존재를 확인하고 싶지만 물질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에게 자아의 최대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고. 이 책은 이렇게 “스타벅스 고객 중에 커피를 진짜 좋아하는 ‘성인’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라는 주장까지 간다.

<스타벅스화>는 스타벅스의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커스텀 서비스’를 예로 든다. 우유 대신 두유를 선택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거품은 많이, 아주 뜨겁게 등 다양한 조건을 말하면 거기에 맞춘 커피를 내준다. 물질주의에 경도된 한국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걸음마를 시작했으며, 자신에게 최적의 메뉴를 찾는 작업의 시작은 공동체의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유승호의 분석이다. 그 과정을 통해 탈물질주의자의 비율이 늘어나리라는 예측인데, 이 예측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기호를 표현하는 진정한 개인’의 탄생이 대규모, 대도시, 대기업, 대박을 추구하는 인생으로부터 탈피하는 길이 열리는 초입이라면, 스타벅스라는 초국적 대기업이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설명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스타벅스화>는 ‘몰입’이라는, 자기계발과 성취에 주로 쓰이는 이 단어를 ‘문화적 몰입’의 측면으로 다시 읽어낸다. 충족되지 않는 ‘중독적 상품’을 소비할 때 소비자는 시간, 인적 자본, 상업재화 들을 능동적으로 투입해 만족을 생산한다. 문화 소비에는 학습 과정과 지식이 필요한데 해당 분야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만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이로운 중독이라고 볼 수 있고, 문화콘텐츠에의 취향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뒤로 ‘혐오의 평범성’ 논의가 이어지며 자기를 발견할 기회가 박탈된 한국사회에 대한 지적이 등장하는데, ‘스타벅스화’보다는 한국사회에 대한 인상비평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취향과 사교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비즈니스의 공간, 사무실로도 한국에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그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복세편살’은 스타벅스가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이다혜 작가,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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