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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10 06:01 수정 : 2019.05.10 19:42

[책과 생각] 한 장면

서울 조계사를 지나다가 연등에 끌려 발길을 돌렸습니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주렁주렁 걸렸습니다. 누구에게는 소원이요, 다른 이에게는 기원이요, 어떤 이에게는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 것일 겁니다. 그 마음들이 연꽃으로 하늘에 핀 듯합니다. 연못에도 방울방울 연꽃이 폈습니다. 공기 방울마다 그득하게 연꽃이 담겼습니다.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권혁재 글·사진/동아시아·2만2000원

베테랑 사진전문기자의 실전압축매뉴얼. 저자 권혁재 기자는 오랜 기간 사진전문기자로 일해온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세상을 달리 보는 최적의 도구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핸드폰’이며, ‘핸드폰 사진’이다. 책에는 주변 사물을 이용하는 방법, 포커스를 맞추는 방법, 찰나의 사진에 ‘시간을 담는’ 방법 등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상세한 노하우가 가득 담겼다. ‘사진’이란 정확하고 깔끔해야 한다는 관념을 해체하는 그의 시도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문법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실전압축매뉴얼이다. (출판사 책 소개 중)

“폭염에 그냥 두었다가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나뭇잎에 올려 숲속에 놓아주었습니다.” ⓒ권혁재

이원규 시인의 ‘능소화’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바리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이 시 때문에, 버스를 타고 지나치며 늘 이렇게 뇌입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권혁재

버스 타고 지방 출장가는 길이었습니다. 버스 창에 희한한 구름이 맺혔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 하늘에서 노니는 듯합니다. 마치 하늘 어항 같습니다. ⓒ권혁재

오래전엔 악취 진동했던 쓰레기 더미 산이었습니다. 여기를 지나다닐 땐 차 안에서도 코를 막아야 했습니다. 그 쓰레기 더미에서 고운 억새가 하늘거립니다. 억새가 곱게 하늘거려서 하늘공원인가 봅니다. ⓒ권혁재

얼음 속에서 언 단풍잎이 눈에 띄었습니다. 푸른 채 냉동된 그것을 못 본 척 지나쳤습니다. 손을 꺼내기 무서울 만큼 바람이 매서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발짝 걷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눈에 밟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되돌아가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공기방울과 함께 언 단풍이 액정에 선명하게 맺힙니다. 되돌아오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권혁재

한계령 휴게소에서 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눈보라는 하늘로 치솟고 바위는 곧추섰습니다. 말 그대로 설악(雪嶽)입니다. ⓒ권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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