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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4 06:02 수정 : 2019.06.21 10:09

예(禮)      전 동 균

한밤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
손톱을 깎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화장지에 곱게 싸 불사른다
엉킨 숨을 풀며
씻은 발을 다시 씻고
손바닥을 펼쳐
손금들이 어디로 가고 있나, 살펴본다
아직은 부름이 없구나
더 기다려야겠구나, 고립을 신처럼 모시면서
침묵도 아껴야겠구나
흰 그릇을 머리맡에 올려둔다
찌륵 찌르륵 물이 우는 소리 들리면
문을 조금 열어두고 흩어진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불을 끄고 앉아
나는 나를 망자처럼 바라본다

초록이 오시는 동안은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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