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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뷰티풀 걸 인디고, 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
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 펴냄. 1만8000원 |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교육부 필독서·대형서점 추천서 거부 열두달 독서 프로그램 열어 토론마당 전국 아이들 스스로 나서 저자 초청 세미나 부산 골목에서 청소년 꿈이 자란다
부산 광안리쪽에서 이 땅의 독서문화를 바꾸는 조용한 혁명이 일고 있다. “책 읽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 땅의 청소년들은 무한경쟁 속에 내던져져서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성장은 돌보지 못한 채 온전하게 꿈을 꾸지도 못한 채 혼돈의 시간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도 문학은 여전히 가장 오랜 영원을 지닌 인류의 교육과정이며 자아 성장의 훌륭한 매체이며 동반자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표피적인 현상과는 반대로 오늘날이야말로 살아 있는 사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전인적인 인간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인디고 서원은 꿈꾸는 청소년을 길러낼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공상의 꿈이 아닌 역사에 발붙이고 살아 있는 사유, 비판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책을 통해, 청소년 각자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정신의 토양을 제공할 것입니다.” 인디고는 무엇이며, 인디고 서원은 또 무엇인가? 인디고(indigo)란 원래 남빛, 쪽 색깔을 지닌 물질이지만 여기서는 인디고 아이들(indigo children)을 줄여 일컫는 말이다. 인지심리학자 낸시 앤 태프는 그들을 이렇게 설명한다. 즉,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 중 상당수가 인디고 아이들이다. 그들은 ‘오래된 지혜로운 영혼’으로, 어른들이 지닌 낡은 관념의 잣대로는 해석할 수 없는 특이하고 새로운 정신적 특질을 나타내며, 일반적으로 이전의 상식으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행동패턴과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들은 더 이상 길들여져야 할 대상이 아니며, 이 세상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온 ‘미래의 천사’들이다. 내적성장 자양분만 골라 3천여권 인디고 서원은 지난해 8월 부산 남천동에 새로 등장한 자그마한 서점 이름이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라는 문구가 그 앞에 붙어 있는 독특한 장소다. “13평 남짓이지만 미적 아우라가 물씬 풍기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뛴다는 예쁜 이 서점 서가에는 3천여권의 책들이 빼곡히 차 있으나 자습서나 대형 출판사 마케팅 전략이 만든 베스트셀러는 없다. 정가제를 고수하며, 회비로 산간과 오지 및 소외지역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 보내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기존의 교육인적자원부 필독서와 대형서점의 청소년 추천도서를 그곳은 거부한다. 대신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내적 성장의 자양분으로 검증된 도서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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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 속에 2004년 8월28일 문을 연 인디고 서원. 왼쪽의 줄무늬 상의를 입은 사람이 아람샘. 궁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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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미나를 탄생시키기까지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R통신’을 통해 끊임없이 주고 받은 대화의 주제들은 이런 것이었다. ‘상식도 유용한 지식이다. 그러나 진리와는 구별된다. 그렇다면 진리와 상식은 어떤 조건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가?’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나는가?’ ‘순수한 이타심은 가능한가?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는 어떻게 성립되는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진리인가?’ “사막같은 시대의 오아시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12달 작은 강의’가 몇시간씩 펼쳐진다. 주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토론이다. 이 서점의 ‘대장’은 16년간 청소년 독서-토론 교실을 꾸려온 ‘허아람(34) 선생님’이다. 사설 학원을 닮았지만 입시논술 따위와는 인연이 없다. 아람 선생님, 줄여서 ‘아람샘’이며, 이 이름은 허 선생이 운영해온 독서-토론 교실이라는 공간이기도 하고, ‘아람샘 소행성 B612호’라는 카페로,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www.indigoground.net)까지로 확장된다. 인디고 서원 서가에 꽂혀 있는 책 분류, 그리고 ‘아람샘과 함께 행복한 책읽기’ 프로그램은 모두 아람샘의 16년 체험을 토대로 짜여졌다. 아람샘과 함께 행복한 책읽기의 ‘열두 달 독서 프로그램’은 한 달에 4~6권 정도의 책을 선정해서 읽는데, 책마다 읽고 토론하는 기간을 다르게 잡는다. 예컨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1주일 뒤의 첫 수업 교재고 <무탄트 메시지>는 4주 뒤, <틱낫한에서 촘스키까지>는 6주 동안 매주 수업을 한다. 16년 독서지도 경력 ‘아람샘’이 운영 아람샘은 말한다. “서점은 슈퍼마켓이 아닙니다. 대형 서점이 잠식해 가고 있는 도서시장에서 전문화 및 특성화는 소형 서점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고, 현실논리가 아닌 가치논리로 생각해 볼 때 당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새 책을 마케팅 전략으로 잘 팔리겠다 싶은 책만을 상품으로 파는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문화의 중심이자 주체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내고 제공하는 문화인이 될 것인지는 결국 서점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만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다양한 전문화, 특성화 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남천동의 특성화된 인문학 서점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소리없는 혁명’의 진원지엔 아람샘이 있다. 그의 곁에선 청소년, 학부모, 교사들을 아우르는 혁명의 전도사, 혁명의 배아들이 조용히, 그러나 무서운 속도도 분열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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