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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2 19:24 수정 : 2005.12.23 15:09

평전 제니스 조플린
마이라 프리드만 지음. 황우진 옮김. 이룸 펴냄. 2만7500원

잠깐독서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블루스를 부르는 제니스 조플린은 1960년대 히피 문화의 상징이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피부는 울퉁불퉁한 그는 사람들에게 거칠 것 없이 자유롭고 욕망에 솔직한 마녀였다. 그리고 1970년 한 모텔에서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27살에 숨져 반항적 여신 이미지를 완성했다.

여기까지였다면 조플린의 홍보담당자이자 친구였던 프리드만의 글은 그다지 새롭지 않을 테다. 하지만 프리드만은 집요하게 조플린 안의 모순과 고독을 파헤친다. 그는 중산층 가정에서 별다를 것 없이 자라 조용했던 조플린이 어린시절 손가락을 못 빨게 하자 난리를 쳤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지나치지 않는다. 프리드만의 목적은 조플린을 상징적 존재에서 끌어내려 자유롭게 하는 것인 듯하다.

복원된 조플린은 항상 받아들여지길 갈망하는 이방인이다. 그는 이 욕망을 채우려고 진자처럼 끝에서 끝으로 움직였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못생긴 여성이었던 청소년기의 조플린에게 세상은 적대적이었다. 그는 ‘돼지’로 불리거나 텍사스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못생긴 남학생’으로 뽑혔다. 이에 대항해 조플린은 막가게 행동하고 마약에 빠져드는가 하면, 갑작스레 “결혼하겠다”며 다른 사람처럼 단정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술을 끊었다. 프리드만은 조플린이 마약과 섹스에 탐닉한 이유도 소속감에 대한 열망에서 찾는다.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은 조플린의 야심은 만만치 않았다.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할 때 그는 “담당자가 섹스를 잘 해서 계약했다”고 떠벌였지만 실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 부추긴 것이라고 프리드만은 썼다. 조플린이 그렇게 허풍을 떤 건 사람들이 이를 원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지 못했고 의존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조플린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낸 1960년대 미국사회 풍경 안에 놓인다. 보수적인 텍사스주 포트아서의 백인사회와 자유, 광기가 넘실대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살아 숨쉰다. 그 안에서 아무리 모순투성일지라도 조플린은 여전히 이방인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당신’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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