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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2 19:35 수정 : 2005.12.23 15:10

말글찻집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들지 않는다.”

사람을 많이 대하고 거느리는 이가 이따금 하는 말이다. 존경하던 한 어른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땐 잘 모르긴 하나 도통한 이나 하는 말이려니 여기면서 지나쳤다. 숱한 이들이 모였다 헤어지는 일을 겪은 요즘 생각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넘겨야 마음이 편켔다는 생각도 든다. 대체로 오래 남는 이에겐 믿음·무능·충성이란 덕목이 어울리고, 떠나는 이는 의로움과 이로움을 안고 간다.

이말은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간다”로 바꿀 수도 있다. ‘오고 가고’가 들어간 말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오는 떡이 두터워야 가는 떡이 두텁다, 오라는 데 없어도 갈 데는 많다” 들이 있는데, 두루 ‘상대’를 전제하지만 그 기준은 ‘자기’임을 알 수 있다.

‘오다’와 ‘가다’는 방향이 반대로되 움직임은 같아서 어울려 쓰일 때가 잦다.

“오가다, 오다가다, 오면가면, 오명가명” 들에서 ‘오가다’는 움직씨로, 나머지는 어찌씨로 쓰인다. 낱말 아닌 이은말로 쓰이는 경우는 더 많다. “오고 가고, 오며 가며, 온다 간다, 왔다 갔다, 오건 가건, 오든 가든, 오든 말든, 오도 가도, 오면 오고 가면 가고 …” 들은 뒤에 부정하는 말이 따르기도 하고, 말뜻이 말하는 자신과 상관없음을 나타내기도 하는 등 복잡한 쓰임을 보인다. 씨끝 ‘-건 -건, -고 -고, -든 -든, -도 -도’를 적절히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는 말이다.

‘가다가, 가다가다, 하다가, 하다하다 …’ 들도 어찌씨로 쓰인다. 이처럼 하나의 말이 생기거나 이은말이 낱말로 굳어지는 까닭은 지극히 단순하다. 자주 쓰는 까닭이다. 자주 쓰는 만큼 뜻이 덧붙고 어휘 수를 늘린다.

“사고팔다, 주고받다, 먹고살다 …”처럼 이은말을 붙여쓰게 된 것도 그 말들을 오래도록 자주 써 버릇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띄우든 붙이든 그 의미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고팔다’는 좀더 재미있는 말이다. ‘쌀로 돈을 산다, 돈으로 쌀을 판다’고 했을 때 ‘사고 파는’ 행위가 한가지라는 점이다. 앞은 쌀을 판 것이고, 뒤는 쌀을 산 것이다. ‘돈 사러’ 가는 행위가 곧 쌀 팔러 가는 행위이며, ‘쌀 팔러 간다’면 돈을 들고 쌀을 사오는 행위가 되니 사고팔고 하는 일이 하나의 일인 셈인데, 요즘은 한쪽은 오로지 ‘팔기’만 하고 한쪽은 오로지 ‘사기’만 하는 것으로 써서 재미가 적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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