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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2 19:36 수정 : 2005.12.23 15:10

강성분/(주)바우파라디소 대표

그가 던진 혼돈의 질문들 답을 읊조리며 부추기노니 가출하라, 젊음이여

나는 이렇게 읽었다/에버렛 루에스 <아름다운 날들>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는 휴일이 없는 인문고를 다니며 호기심과 탐험에의 욕구를 뒤로 미루는 대신 토요일마다 집까지 15리 남짓 되는 길을 걸어가며 자연을 감상했다. 딱 중간 정도에 시골과 도시를 가르는 모란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에서 바라보는 냇물 길과 노을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장관이었다. 종갓집 팔남매 중 넷째 딸로서 고교를 졸업하고 떠난 여행은 나에겐 여행이었지만 가족들에겐 용납할 수 없는 가출이었다. 잠값으로 이불호청을 빨아주고, 시골 품앗이에 끼면 점심과 버스비가 생겼다. 안면도에선 승언리 대표로 달리기 대회까지 나갔다. 그때 일어난 수많은 일들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 내 인생에서 가장 센 힘을 뿜는 톱니바퀴들이다.

나는 모두에게 그런 시기가 있길 바란다. 하지만 인간의 교육제도 중 가장 슬픈 부분은 예민하고 열정적인 소년, 소녀들이 가방 끈이 채워져 학교에 수감되고 그 후에도 관성처럼 생각이나 생활의 폭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에 17살 나이로, 문명을 비웃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꿈꾸며, 숲과 사막으로 떠난 청년, 에버렛 루에스가 있었다. 그는 여행 중 구한 늙은 당나귀에게 자신의 이름을 주고 자신을 위해서는 ‘랜 라모’ 라는 이름을 지었다. 나는 이것을 감히 어린아이의 치기로 보지 않는다. 상징적인 독립뿐 아니라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소년은 판화나 수채화를 그려 팔고 당나귀를 먹이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며, 혹은 인디언들과 노닥거리며, 때로는 고독과 자연이 주는 시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족함이 없이 자연을 노닐었다. 그의 말대로 ‘부족함’이란 말 자체가 그 땅과는 어울리는 않는 도시의 언어였다.

그가 쓴 일기와 가족에게 쓴 편지로 채워진 이 책에는 내가 특별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가 아버지의 생각을 묻는 질문 23가지를 쓴 편지다.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의문, 선과 악의 기준에 대한 혼돈으로 어지러운 그가 보인다. 나는 그 질문들에 대신 답을 적어본 적이 있다. 마치 어린 나에게 좀더 나이 먹은 내가 대답하는 느낌이었다. 그 중에 하나, “변화말고 영원히 지속되는게 또 있을까요?” 나의 대답은, “사랑! 자연을 낳고 자연을 영속 시키는 것의 중심은 사랑이다.”

그가 조숙하다 할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그 나이에 맞는 질문을 했다. 자신의 청년시절, 그때의 의식을 잘 헤집어 본다면 우리도 그와 같은 질문들을 품지 않았던가? 다만, 우리가 이불 속에 잠들어 버린 대신, 그는 문을 열고 나간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날들 속으로 사라지며 자유의 상징이 되었고 나는 가출에서 돌아와 아둥바둥 살고 있다. 아름다운 23가지 질문대신 “세상이 왜 이러냐? 나는 또 왜 이러냐?”를 되뇌인다.


모순적이게도, 나는 순종적인 내 조카나 젊은이들에게 자유를 강요하고 기존 가치관을 의심하도록 강요한다. 가출을 부추기다 못해 내가 데리고 떠나기도 하지만 결국 어른으로서의 강요를 멈추지 못한다. 내 언니들은 “니 자식 낳아서 그렇게 키우라”고 하지만 청소년들이여~! 여길 빌어 다시 한번 부추긴다. 설혹 가출로 매도될지라도 자유와 자연을 찾아 떠나라고…. 돈은 적게 들고…, 여행의 묘미는 여비를 구함에 있느니….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한 랜 라모의 글들이다.

나는 “그걸 도대체 왜 하니?” 라고 묻는 사람들이 싫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틀에 갇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랜 라모’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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