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2 20:11
수정 : 2005.12.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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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과학
신부용·유경수 지음. 지성사 펴냄.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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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가능한 한 적게, 그리고 좁게 만들어야 한다?”
<도로 위의 과학>(지성사 펴냄)은 상식을 뒤엎는 내용을 담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첫째, 도로는 차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 넓은 길은 보행자가 건너기 힘들다. 건널목이 길 뿐더러 신호도 짧게 준다. 아예 설치 자체를 꺼린다. 또 상권을 분리함으로써 가게의 매출을 반감시킨다. 때로는 편의시설 자체가 들어서지 않는다. 운전자들에게도 교통신호 주기가 좁은 도로보다 길어 짜증스럽다.
둘째, 길을 넓히기 전에 문제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금지 또는 비보호로 함으로써 녹색신호를 더 길게 주는 식으로 도로용량을 늘이는 게 좋다. 대중교통 서비스를 높여 교통수요를 흡수하는 법, 통행세를 받는 등 교통수요를 줄이거나 전환시키는 법도 있다.
셋째, 도로의 확장은 차량의 증가를 부른다. 원천적으로 차량증가를 따를 수 없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의 통행을 불편하게 만들어 차량운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밖에 격자형 도로망의 경우 전자식 신호 연동제를 실시하거나, 도로를 쌍으로 운용하여 각각 일방통행을 시키는 방법을 권한다.
이 책은 도로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느끼는 사람, 또는 도로는 너무 복잡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로에 관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도로를 위에서 보고 가로·세로로 잘라 설명하고,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와 신호체계의 그 운용 등 과학적인 요소를 펼쳐놓았다. 도로의 역사를 살피고 나아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친화 도로를 설명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낸 세금 즉 정부예산의 5%, 7조원이 도로 건설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만큼 그것이 잘못 되었다면 정부에 끊임없이 시정을 요구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교통행정을 비전문가한테 맡기는 것은 정부의 태만이며 표 안나지만 중요한 교통안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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