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2 20:16
수정 : 2005.12.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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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대하여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고운기 옮김. 눌와 펴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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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장면
교토나 나라의 사원에 가서 고풍스럽게 어둑어둑한 그러면서도 깨끗이 청소된 변소에 안내될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 … 안채에서 떨어져, 신록이나 이끼 냄새가 나는 듯한 정원의 나무와 수풀 뒤에 마련되어 있고, 복도를 지나서 가게 되는데, 그 어둑어둑한 광선 속에 웅크리고 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장지의 반사를 받으면서 명상에 잠기고, 또는 창밖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는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다. … 그곳에는… 어느 정도의 옅은 어두움과, 철저히 청결한 것과, 모기소리조차 들릴 듯한 고요함이 필수조건인 것이다. 나는 그런 변소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 실로 변소는 벌레소리 새소리에 잘, 달밤에도 또 어울리게, 사계절의 때마다 사물이 드러내는 것을 맛보는 데 가장 적당한 장소이고, 아마도 예로부터 시인은 이곳에서 무수한 소재를 얻었을 것이다.(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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