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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5 06:01 수정 : 2019.07.05 19:40

미래 만들어질 직업 예측 불가능
“유망직업일수록 자동화 더 활발”
창의성 등 ‘소프트 스킬’ 주목하고
“독립적·자발적인 학습자가 돼야”

공부의 미래
구본권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자동 기계번역이 나날이 발전하는데 외국어 공부를 굳이 해야 할까? 요즘 대세인 이공계 진학이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 유리할까? 세상이 바뀌어도 쉽게 도태되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은?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인간 고유의 능력이 있기는 할까?

정보기술(IT)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디지털 인문학자인 구본권의 새 책 <공부의 미래>는 얼결에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시대를 맞게 된 평범한 우리들이 미래를 생각하며 막연히 떠올리던 질문들로 빼곡하다. 저자는 2015년 알파고가 세상에 나오기 몇 달 전 펴낸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쟁을 다룬 예지적 인문서로 평가받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등재된 뒤 수많은 청소년, 대학생, 교사, 직장인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독자들은 한결같이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물었고, 이 질문이 <공부의 미래> 집필의 실마리가 됐다.

서울의 한 대학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저자가 예견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가깝고 상상 이상으로 변화무쌍하다. 예를 들어 지금의 초·중학생들은 평균수명이 110살에 달하고 초고령사회를 맞아 은퇴가 늦어지므로 20대 중반부터 90살까지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데, 기술발전과 사회변화의 추세로 볼 때 60여년간 열 번쯤 직업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미국 교육학자 골린코프와 허시-파섹의 주장을 빌려 “그 열 가지 직업 가운데 여덟 개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고 전한다.

게다가 앞으로 만들어질 여덟 개의 직업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세 가지인데, 우선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와 그 미래가 당도했을 때의 실제 상황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소위 ‘뜨는 직업’이 있다 해도, 그런 직업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몰려 공급이 넘치게 되므로 직업의 시장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가장 의미심장한 이유는 “유망직업일수록 그 핵심직무를 자동화하는 방법이 더욱 활발하게 개발된다”는 데 있다. 인기가 높은 직업일수록 로봇과 인공지능의 주무대가 될 확률이 높고, 결국 인간에게는 가장 취약한 일자리가 되어버린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기 있는 의약과 교육, 법률 서비스 같은 전문분야가 기술변화의 충격을 가장 심하게 받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저자는 사정이 이런데도 로스쿨과 약대 경쟁률이 갈수록 치솟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자격증’ 같은 구체적인 증거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변화로부터 안전한 직업은 없다”고 단언한다.

안전한 직업을 찾으려 애쓰는 것보다 인공지능에 밀리지 않을 유용한 능력을 기르는 게 미래를 준비하는 더 나은 방법이다. 독해력, 타이핑, 프로그래밍 능력, 수학 실력, 기계조종 능력처럼 구체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하드 스킬’은 로봇이 인간을 앞서기 쉬운 분야다. 적응력, 자율성, 창의성, 공감능력, 회복탄력성, 책임감, 협업능력, 사회성, 설득력, 자기 동기부여,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특히 스스로 이해하고 소화한 지식과 정보를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 정보를 바르게 읽고 편견을 배제한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목표를 위해 인내할 줄 아는 ‘자기통제력’,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똑똑한 도구와도 협력할 줄 아는 ‘협업능력’ 등 4가지를 미래에 유용한 능력으로 꼽고, 이를 습득하거나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부는 주로 10대 때 하는 것이었다. 학교나 학원에서 지식과 정보, 기술을 죽어라 암기하고 익혀서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 공부였다. 그런 공부가 밥 먹여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공부가 지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자가 되는 것,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대되며 새로워지는 지식을 스스로 탐구해나가는 것”이라면서 “각자가 ‘자기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공부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이미경 자유기고가 nanazaraz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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