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2 06:02
수정 : 2019.07.12 19:49
유럽 도시 기행 1유시민 지음/생각의길·1만6500원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난한 편. 게다가 정부가 대규모 국가채무를 장기간 숨겨와 심각한 후폭풍을 맞았다. 그런데도 아테네 사람들은 아등바등 돈 벌려는 기색이 없다. 한국 같았으면 유명 관광지 들머리부터 가죽 샌들 대여점을 내거나 소크라테스 분장을 한 문화해설사를 투입해 관광객을 붙들었을 텐데…. 이들은 어떻게 너그럽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 이 한마디가 유시민을 유럽으로 이끌었다. 정부 허가가 있어야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20대, 시간과 돈이 부족했던 30대를 지나 정치인의 삶을 거치고 나서야 꿈의 대륙으로 떠났다. <유럽 도시 기행 1>의 화자는 ‘우리’. 사진을 배운 아내와 동행했다.
유럽 문화의 탄생과 번영을 대표하는 아테네·로마·이스탄불·파리 네 곳을 한권에 묶었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하는 방식으로 경로를 탐색하고, 숙소 정보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문학 교양까지 더했으니 (작가의 말처럼) 관광안내서, 여행에세이, 인문학기행처럼 보이는데, 무엇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곤란한 책’이다.
지은이가 “내 마음의 돌기둥”으로 꼽은 에레크테이온 신전 ‘카리아티드’, 성베드로대성당보다 아름다웠다는 로마의 주택가, 세상 가장 화려한 ‘짝퉁’의 기운을 풍기는 ‘돌마바흐체 궁전’, 심장에게 서둘러 뛰라고 말하는 듯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 시원한 사진에 담겼다.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다음 행선지를 미리 예고한다. 기다려라 빈.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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