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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9 06:01 수정 : 2019.08.09 20:33

휴지에게 사랑을 배울 때     권 성 훈

휴지는 묶여 있다
항구에서 떠나기 위해
두루마리 방식으로 얇아질 때까지 얇아져
닦아질 표정이 닦아 낸 표정에게 들키지 않게
사라질 흔적을 지우며 지워진 흔적조차
기척 없이 떠 있다
그대는 백지장보다 가벼운 여백을 가졌다
무게조차 모르는 가벼움과
가벼움조차 모르는 무게들
잘라내도 목숨 건 수평으로 마중 나온다
밀어내도 달아나지 않는 밀물같이
버려도 구겨진 웃음을 매달고 있다
제가 거기서 나왔어요
한결같은 속을 풀고 당신을 끊을 때마다
칸칸이 사랑을 다시 배울 때

-시집 <밤은 밤을 열면서>(실천문학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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