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 쓰기에 보탬이 되는 책을 보면, ‘비유를 하되 기성 시인들이 많이 사용하여 이미 상식화가 된 시어를 쓰는 것은 피하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남이 쓰지 않는 낱말들만 골라서 시에 '끌어 쓰기'를 하는 것 같다. 이런 까닭으로, 어떤 시는 마치 사전을 앞에 펼쳐 두고 어려운 낱말을 일부러 찾아내어 쓴 것 같은 시도 있다. 또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 쓰기에 있어서 '은유법' 이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나 쓰려고 한 시의 글감은 오간 데 없고 에둘러 포장해 놓아 무슨 말인지조차 알 수 없다. 나는 늘 ‘쉬운 시’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시를 쓰는 건 틀림없이 어떤 까닭이든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쓴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면 일기를 쓰면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쓰는 시가 읽기도 어렵고 그 뜻을 새길 수도 없다면 사람들이 즐겁게 봐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요즘은 시집을 읽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고 한다. 너도나도 시인으로 등단하면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시집을 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시집이 넘쳐나는데, 오히려 시집을 읽는 사람은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마다 지나친 은유와 어렵게 쓴 낱말 때문에 오히려 읽고 싶은 마음을 접은 건 아닐까? 시를 읽어서 느낌이 있어야 할 텐데, 눈으로 읽어 그 뜻을 바로 알 수 없는데 무슨 느낌이 있을까? 그에 앞서 낱말 풀이부터 해야 한다면, 또 시집 곁에 사전을 펼쳐 놓고 읽어야 한다면,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읽을까?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의 가락과 노랫말이 마음을 울려서 기쁘거나 슬픈 느낌을 받듯이, 그런 마음으로 시를 읽고 싶은데 이건 느끼기에 앞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을……. 시인들이여! 쉬운 시를 쓰도록 하자! 쉽고 누구나 잘 알아 볼 수 있는 시를 쓰자! 시를 읽는 이가 없다고 탓하기에 앞서 읽는 사람마다 가슴에 깊은 울림이 있도록 먼저 알아 볼 수 있는 시를 쓰도록 하자! 읽는 사람 눈을 고급스럽게 높이려 하지 말고,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 눈에 맞추는 건 어떨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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