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6 06:01
수정 : 2019.08.16 20:31
인투 더 쿨-에너지 흐름, 열역학, 그리고 생명 에릭 D. 슈나이더·도리언 세이건 지음, 엄숭호 옮김/성균관대학교출판부·3만원
1943년 2월5일 더블린 트리니티대학 강연장은 아일랜드의 유명인사와 학생 등으로 꽉 차 있었다. 이들은 나치 치하의 오스트리아를 탈출한 노벨상 수상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슈뢰딩거가 행한 세 번의 강연은 이후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과학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으로 묶여 나온다. 이 강연에서 그는 열역학 제2법칙으로 지배되는 우주에서 유기생명체가 어떻게 성장하고 번식할 수 있는지를 묻는 ‘슈뢰딩거의 패러독스’를 제기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유기생명체는 그들의 신체 밖에서 고품질의 에너지를 섭취함으로 “네겐트로피”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강연에서 슈뢰딩거는 “신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작동하는 것, 지구의 모든 것에서 물리과학은, 내 미천한 생각으로는 우리의 유일한 가이드이자 선생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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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빈 슈뢰딩거.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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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노력은 현대과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에릭 슈나이더와 도리언 세이건이 지은 <인투 더 쿨>은 열역학 제2법칙이 생명, 진화, 생태, 경제라는 거대한 세계의 배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열역학 제2법칙의 핵심은 “자연은 구배 차이를 혐오한다”는 데 있다(구배란 기울기란 의미). 온도나 압력, 화학농도 등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얼음을 실온에 내놓으면 녹아버리고, 색소를 물에 풀면 물 전체로 똑같은 농도로 물들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 원리를 매일 확인한다. 이처럼 구배 차이를 두려워하는 자연의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생명과 자연현상과 국가와 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복잡한 시스템을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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