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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1 10:48 수정 : 2019.10.15 10:35

19세기말부터 현재까지 이론적 갈래 나눈 여성주의 고전
여성참정권·젠더·교차성까지…추가적 억압도 다양하게 거론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
로즈마리 퍼트넘 통,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지음, 김동진 옮김/학이시습·2만4800원

페미니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놀라운 사실이 있으니, 이 모든 문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제기하는 많은 성차별 문제들은 아주 오랫동안 고민되었으며 다소 나아졌으나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았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은 실천이 동반되는 학문으로서의 페미니즘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확장되었는지, 그 논의에 대한 반대의견은 무엇이 제시되었는지, 이후 어떤 흐름을 맞았는지를 망라한다.

19세기 중반부터 1950년대까지 페미니즘 운동의 ‘제1의 물결’ 시기에 유래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책의 시작이다. 여성참정권을 그 중심에 두었다. 제2의 물결은 젠더 평등과 여성을 위한 평등한 기회, 제3의 물결은 평등주의적 관심사, 결과의 평등, 교차성 이론으로 그 중심을 옮겨 갔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적 체계 안에서는 진정한 젠더 평등 혹은 성 평등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진정한 해방적 개혁을 위해 급진적 질서 재편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을 개혁가보다는 혁명가로 인식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구호도 이때 나왔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은 이후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미국의 유색인종 페미니즘(들), 전 세계의 유색인종 페미니즘(들)과 포스트 식민주의, 정신분석 페미니즘, 돌봄 중심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실존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을 경유해 제3의 물결 페미니즘과 퀴어 페미니즘에 가닿는다.

이 책은 ‘나 자신’의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챕터를 우선 읽어도 좋지만 책이 엮인 순서대로 읽는 편이 훨씬 권할 만한데, 2019년 시점에서 보면 모든 챕터의 현재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각 논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그 이전의 논의가 다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여서다.

여성참정권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 한장면.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가장 처음 필요했던 조치는 정치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가시화하는 참정권 투쟁이었다. 처음에는 남성과 연대하는 인권운동 형식으로 참정권 운동 등이 이어졌으나 남성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인정하는데 그치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미국의 남성 노예제도 폐지론자들은 남북전쟁이 노예를 해방할 가장 좋은 좋은 기회라고 간주하고, 노예제도 폐지운동을 함께한 여성들에게 성평등의 대의명분을 뒤로 미룰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남북전쟁이 끝나도 여성 해방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책 제목의 ‘교차하는’ 관점들이라는 표현처럼 여성 ‘일반’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의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 수많은 논의를 낳았다. 북미지역에 사는 고등교육을 받고 연봉을 많이 받는 기혼의 백인 이성애자 직장인 여성과 전쟁의 포화 아래 놓인 시리아 지역에서 부모 없이 성장해야 하는 미성년 여성이 겪는 문제는 ‘여성’이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개별적인 특수성을 지닌다. 교차성이라는 개념이 1990년대 초반에 소개된 이후로 억압의 축은 그 목록을 확대해왔는데, 초기에는 인종, 젠더, 계급, 섹슈얼리티가 주요 억압으로 작용한 반면, 최근에는 종교, 국적, 시민권 상태 등이 추가되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억압에는 그 계층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추가적인 억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전투에 참전한 남성들을 대신해 미국의 군수공장에서 일한 여성을 그린 포스터 ‘리벳공 로지’. 미국의 여성주의를 상징한다.
로즈마리 퍼트넘 통과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가 지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은 다섯 번째 개정판을 다시 번역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1995년과 2010년에 <페미니즘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으며, 이번 출간본에서는 2010년대에 제기된 문제들을 추가했다. 각 장 말미에는 그 장에서 다룬 논점과 직결되는 ‘토론을 위한 질문’이 실렸는데, 이것은 책을 꼼꼼히 읽는다고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실천과 연계한다면 더 그렇다.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어떤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개념을 설명하십시오. 어떤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 주변화된 여성들(혹은 그러한 남성들)을 희생하고서 부유하게 지내면서 여전히 자신들을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간주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이다혜 작가,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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