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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9 17:17 수정 : 2005.12.30 16:14

역사로 보는 한주

조선이 태양력(그레고리오력)을 도입한 것은 1896년 1월1일이었고, 일본은 메이지유신 5년 뒤인 1873년, 그리고 중국은 쑨원이 중화민국을 세운 1912년 1월1일부터 태양력을 썼다. 지금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그레고리오 역법을 쓰고 있으나, 그 전에는 율리우스 역법을 썼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1502-1585)는 1582년 2월24일 기존 율리우스력을 대신할 새 역법을 공포해 그해 10월4일(목요일) 다음날을 10일 건너뛴 10월15일(금요일)로 하기로 결정했다. 역법상의 절기와 실제 절기 간의 오차를 수정하려 한 것이다. 이것이 그레고리오력의 시작이다. 율리우스력은 로마 장군 율리우스 케사르(시저)가 제정한 것으로 기원전(BC) 45년 1월1일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지금도 7월달(July) 명칭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로마 황제들은 달력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려 갖은 시도를 했으나 케사르 외에는 8월달(August)로 남은 아우구스투스만이 성공했다.

율리우스력은 평균역년을 365.25일로 잡아 1000년마다 실제 태양년과 약 8일간의 차이가 났다. 1년을 365.2425일로 잡은 그레고리오력은 그 오차가 3300년에 하루 꼴이다. 365.2425라는 수치를 계산해낸 사람은 코페르니쿠스(1473-1543)였다. 통상 1년을 365일로 하고 여기에 윤년으로 오차를 조정하면 평균년이 365.2425일이 된다. 끝수 0.2425를 분수로 표시하면 400분의 97이 되므로 400년에 97일간의 윤일을 끼워넣으면 된다. 그런데 율리우스력은 4년에 한번씩 윤년을 두었기 때문에 400년간 윤일이 100일이다. 이 100일을 97일로 줄이기 위해, 4로 나눠지는 해를 윤년으로 하되 그 중 100으로 나뉘는 해는 평년으로 하고 또 400으로 나뉘는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한다는 원칙이 생겼다.

그레고리오력은 그레고리우스 13세의 이름을 땄지만, 율리우스력을 고치기로 결정한 것은 교황 파울루스 3세(1468-1549)가 소집한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였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가톨릭 쇄신, 내부개혁 문제를 논의했고 새 역법 제정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율리우스력의 오차는 이미 13세기에 로저 베이컨(1214-1294)이 지적했음에도 이처럼 3세기 동안이나 방치됐다. 가톨릭 내부개혁은 1517년 독일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95개조’ 요구사항을 내걸기 전부터 시작됐으나 그때부터 본격화된 일종의 대항개혁, 즉 전통적인 가톨릭 교의나 교회조직을 보호하고 프로테스탄트 쪽의 비판을 견뎌내고 살아남기 위한 개혁이었다.

프로테스탄트 지역들이 그레고리오력을 받아들이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유대교는 지금도 율리우스력과 비슷한 유대역법으로 부활절 등 축일을 정하고 있고 러시아 정교회도 그 전통을 따르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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