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4 19:51
수정 : 2006.01.04 19:51
“기적같은 한국의 다종교 공존 가꿔나가야”
2004년 10월 서울 대광고 교목실장이자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교목협의회 회장으로 일하다,학교쪽에 예배선택권을 요구하며 45일 동안 단식을 벌인 학생을 도운 ‘죄’로 징계당한 ‘강의석 사건’으로 교목직과 교사직을 모두 내놓고 노점상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던 류상태(50·?5c사진)씨가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청소년을 위한 종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세계종교의 문을 열다>(인물과 사상사 펴냄)는 지난해 5월 출간한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에 이은 류씨의 두번째 책이다.
“7개월만에 새 책을 냈지만, 20년이 걸린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은 모두 그 세월 동안 생각을 키우고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들이죠.”
노점은 약 4개월만에 그만뒀고, 지난해 8월부터는 청담동에 있는 평신도 교회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의 신학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목회활동도 한다. 일종의 파트타임제 업무인데, 칠순 노모 포함해 다섯 식구에 수입은 예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어렵지만 처음 이 길에 들어섰을 때에 비해서는 이젠 그래도 견딜만하다. 교회는 건물 없이 청소년회관을 빌어서 쓰고 있고 담임목사도 교단도 없다.
자신의 체험과 공부를 토대로 세계의 고등종교들과 한국 종교들의 역사와 사상, 종교와 과학·인류의 미래 등에 대해 사색하고 정리한 책 1장에서 류씨는 불교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하는 등 타종교에 더할나위없이 열린 자세를 보여준다. 학교 다닐 때 철학을 전공해 여러 종교들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자부심도 있다. 그는 기독교, 불교, 유교 등 세계의 주요 고등종교가 좁은 땅에 몰려 공존하면서도 큰 갈등없이 지내온 한국사회의 다종교 상황을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례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성공적인 공존체제를 유지하려면 서로 많은 노력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단 목사직은 반납했지만 “하느님이 내려주신 소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평소 소신대로 기독교 의식개혁운동을 계속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외롭지만 의로운’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작정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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