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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17:57 수정 : 2006.02.22 19:41

안그라픽스 ‘와이키키 브라더스’

아깝다 이책

2005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황정민씨의 소감에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에 입문하게 해준 임순례 감독에게 감사드립니다.” 황씨는 오늘의 톱스타가 되는 데 출발점이 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꼭 언급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1970, 80년대를 배경으로 언더그라운드 연주자들의 무대 뒤의 고단한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보여준 수작이다. 아마 그에게 이 영화는 첫 출연작이기도 하려니와 작품성에 비해 흥행 참패가 너무나 안타깝지 않았을까.

2003년 봄, 강원도 한 콘도에서 디자인 관련 학회가 있었다. 학회가 끝나고 일행이 찾아간 주점 입구에 작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스토리 모델의 밴드가 연주한다는…. 밴드 이름은 황종음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들은 4인조 혼성 밴드의 노래와 연주는 완벽했다. 그들의 주 레퍼토리는 70년대 록. 다이어 스트레이츠, 이글스, 산타나, 씨시알, 밥 딜런 등에 지미 핸드릭스나 제프 백 등의 고난도 연주가 포함돼 있었다.

연주가 끝난 뒤, 직원들과 함께 옆에서 포켓볼을 치는데, 다시 놀라운 화음의 노래가 들려왔다. 나는 이번에는 또 어떤 밴드가 저렇게 노래를 잘하나 싶어 주점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밴드는 바로 좀 전에 연주를 했던 황종음 밴드였다. 공연이 끝나길 기다려 그들과 함께 맥주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다루지 못했던 생생한 당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자고 제안했다.

서울에 돌아와서 며칠이 지나 밴드의 리더한테서 연락이 왔다. 자신들과 호형호제하는 방송 구성작가 구자형씨가 이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70년대 중반 전인권, 강인원, 한돌 등과 ‘참새를 태운 잠수함’에서 연주와 노래를 했고, 80년대부터 각 방송국의 대표적인 음악 프로그램에서 방송작가를 해온 분이었다.

여의도에서 구씨를 만나서 형식과 컨셉트를 의논했다. 그는 밴드 리더 최훈을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칭찬했고, 한국 최초의 록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킨 것은 정치가들의 결단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록 뮤직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록의 찬미자였고 전문가였다.

이 책은 2003년 11월에 출간되었다. 이 소설에는 줄거리가 되는 주인공의 찬란한 음악과 슬픈 사랑의 이야기와 더불어 7080 세대가 애청했던 수많은 록 음악과 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레이스에 달린 보석처럼 반짝였다. 우리는 밴드의 뛰어난 연주를 담기 위해 밤에 연주를 하는 밴드들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여러 번의 녹음 작업을 통해 CD를 만들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팝과 록은 무엇인가’라는 부록도 붙였다. 이렇게 해서 한국 최초의 록 소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출간되었다.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다. 몇몇 일간지에 밴드가 소개되었고, 방송 출연도 이어졌다. 그런데 홍보에 결정적이라고 생각되는 프로그램 출연에 제동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무명의 소설가와 밴드가 세상의 밝은 빛을 볼 수 있었는데….

이희선/안그라픽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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