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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18:12 수정 : 2006.01.06 15:45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고지훈 글, 고경일 그림. 앨피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김구, 조봉암, 신익희, 조병옥. 대한민국이란 나라 초창기 역사의 주역급 자리를 차지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한때 이승만과 같은 배를 탔다가 라이벌(맞수)로 돌아선 뒤 모두 정치적 역량의 절정기에 급사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김구와 조봉암은 사실상 ‘처형’당했으며, ‘빨갱이 사냥’에 광분하다 너무 늦게 철든 조병옥은 ‘못다 핀 사쿠라’였다.

대단한 현역 류근일과 김문수, 그리고 타계한 가톨릭 반공전사 양한모(홍민표)를 ‘전향자’라는 한 가지 카테고리로 묶는다면?

“우리의 최근 역사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강의로 엮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역사학자와, 인문학적 깊이가 담긴 만화를 꿈꾸던 젊은 만화가”가 만나 만들어낸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앨피 펴냄)에 따르면 류근일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봉건적 자유주의자”에 불과하다. 그의 행적은 ‘과대포장된 순수 청년의 텍스트 놀음’이었고 ‘노블리스 오무라이스(?)’였으며 ‘김일성주의 비판에서 알리바이 찾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한국 노동운동사에 전설을 남긴 안쓰런 ‘생계형 전향자’ 김문수와 함께 엮어놓은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 인물 22명. ‘북으로 간 사람들’에는 박헌영, 홍명희, 그리고 문익환, 임수경이 등장한다. 김주열과 전태일, 박종철은 ‘변혁의 불씨들’로 묶었고 김종필과 이기붕은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로, 김용무, 이인, 오제도, 선우종원은 ‘절대권력의 조력자 되기’로 엮었다. 신군부 ‘전·노’에 대한 경멸에는 거침이 없다.

때로 너무 튄다 싶을 정도로 익살과 재치, 풍자와 야유가 범람하는 독특한 글쓰기는 어쨌든 읽는 재미를 주며 설정한 주제에도 충실하다. 과감한 생략과 단순화로 역사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뒤로 읽어갈수록 해소된다. 그만큼 독특한 감식안과 나름의 진지성, 방대한 텍스트를 소화해낸 성실성을 갖추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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