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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외계인이 가득하다면…모두 어디 있지?
스티븐 웹 지음. 강윤재 옮김. 한승 펴냄. 1만8000원 |
페르미 방정식에 따르면 100만개 외계문명 존재하는데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인간들 속에 함께 살고 있는가
존재하지만 의사소통이 안 될 뿐인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외계인 역설은 1950년 시작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망명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1954)가 그 역설을 처음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것은 ‘페르미 역설’이란 이름을 얻었다. 페르미 역설은 이후에 외계인, 특히 외계 고등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둘러싼 과학 논쟁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열쇠말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명확한 답은 제시되지 못하고, 역설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역설의 탄생. 1950년 여름, 페르미와 에드워드 텔러를 비롯한 저명한 물리학자 4명이 미국 핵무기 제조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이름난 로스앨러모스에 모였다. 사적 모임이었다. 그 자리에서 우연하게도 ‘외계문명’이 화제가 됐다. 때마침 그해에 뉴욕 언론에선 거리의 공공 쓰레기통들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비행접시 기사들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었기에.
대화는 ‘우리은하엔 통신할 수 있는 고등 외계문명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로 이어졌다. 적어도 1000억개, 많게는 4000억개의 별들이 있고 별마다 여러 행성들을 둔 우리은하에서 고등 생명체가 지구인 외에도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다.
뭐가 어렵겠는가? 페르미의 방정식 풀이는 이랬다. 우리은하에서 별들이 형성되는 속도, 행성을 거느린 별의 비율, 생명에 적합한 환경을 지닌 행성의 수, 생명이 실제로 발생하기에 적합한 행성의 비율, 생명이 지능을 발전시킨 행성의 비율, 멀리 떨어진 별과 별 사이에 통신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발전시킨 생명체의 비율…. 이것들을 다 곱하면 고등 문명의 수는 추정된다! 낙관적으로 계산하면 무려 100만개의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
인간은 광활한 우주의 외톨이인가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그들의 연락을 한번도 받지 못한 것일까? 137억년 우주 역사에서 그들 문명 일부가 오래 지속됐다면 그들은 우리 은하를 식민지로 만들었을 수도 있잖은가? 페르미는 물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 있는가?” 방정식 계산은 외계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충분히 점쳐 주는데도, 그들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것은 역설이었다. 역설은 그것을 명쾌하게 풀려는 이들의 시도와 좌절에 의해 더욱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다. 1950년 이래 관측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의 발전, 그리고 외계인의 전파를 탐지하려는 과학탐사활동(SETI)들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갖가지 역설 풀이들이 등장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웹이 쓴 <우주에 외계인이 가득하다면…모두 어디 있지?>(한승 펴냄)는 그동안 외계문명의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무수하게 가지를 치며 복잡하게 전개돼온 풀이들을 간단명료하게 50가지로 정리했다. 정말 우리는 137억 광년의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지적 생물체로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외톨이일까,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대한 관심사다. 지은이는 역설 풀이들을 세 갈래 묶음으로 나눴다. 첫째 ‘외계 생명체가 있다, 또는 있었다’, 둘째 ‘외계 문명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셋째 ‘인류는 우주, 최소한 우리 은하에서 외톨이다’. 몇 가지 가설과 주장을 들어보자. 첫째 풀이들의 지지자들은, 외계인이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 또는 생명의 씨앗이 화성이나 다른 먼 곳에서 지구로 날아와 생명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가설들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된 둘째 풀이들은 외계문명은 분명 존재하지만, 별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그들이 우리에게 도착하기엔 아직 시간이 이르다거나 그들은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듣는 법을 모르거나 어떤 주파수에서 들어야 할지 모르고, 또는 우리는 충분히 오랫동안 듣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여러 과학 이론·가설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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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빅 이어’ 관측소가 1977년 8월15일 탐지한 신호 기록. 이 관측소는 배경소음을 넘어서는 전파 신호 때엔 1~9의 수가, 강한 신호가 포착될 때엔 글자가 찍히도록 했는데, 이날 밤 ‘6EQUJ5’라는 문자가 탐지됐다. 외계문명이 보냈을법한 강력한 협대역 피크 신호 같아 보였고, 흥분한 연구자 에만은 문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여백에다 ‘와우!’(Wow!)라고 써넣었다. 그러나 ‘와우!’ 신호를 다시 찾으려는 수차례의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 사진 <…모두 어디 있지?> 157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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