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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0 15:28 수정 : 2006.01.10 21:46

10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정비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개혁연대는 이날 기자회견 뒤 재정비리와 관련 순복음교회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었으나, 조용기 목사가 2009년 은퇴를 약속함에 따라 검찰 고발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정아 기자

교회개혁연대, 순복음교회 비리고발 기자회견 유보


10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정비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10시가 가까워지자 기자들이 속속 회견장소에 들어섰고, 박득훈 공동대표(언덕교회 목사)가 무엇인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박 목사는 “오늘 오전 방인성 개혁연대 집행위원장(성터교회 목사), 구교형 사무국장 등이 조용기 목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이 자리에 오는 중이다”라며 “은퇴문제, 투명한 재정 운용 및 인사 문제 등 세가지 요구안에 대해 조 목사가 수용의사를 밝혀 기자회견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자회견이 30분 가량 늦어짐을 양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회견의 내용이 애초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예견되는 순간이었다.

“조용기 목사 2년 앞당겨 2009년 은퇴키로 해서 검찰고발 유보하겠다”

곧이어 방 목사 등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섰고, 10시30분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마이크는 방 위원장이 먼저 잡았다. 그는 “조 목사가 애초 2011년이라고 밝혔던 은퇴시점을 2년 앞당겨 목회 50주년을 맞는 2009년 2월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또 교회 재정 운영에 대한 의혹 해소와 친인척 인사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재정문제와 관련한 검찰 고발은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방 위원장은 이런 결정 배경에 대해 “순복음교회 내에서 조 목사의 권위가 신성화되어 있어 신도들이 조 목사의 은퇴 번복이나 재정 및 인사비리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 자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조 목사가 밝힌 결단을 받아들여 고발을 유보하되 고발 문제는 유효하며, 조 목사가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개혁연대는 2008년까지 조 목사 은퇴, 교회 건물을 담보로 아들(조희준)에게 거액의 자금을 대출하도록 한 편법 인정과 투명하고 건실한 교회재정 운영을 위한 교회정관 재정비, 배우자 및 직계가족이 2007년 2월까지 교회 관련 주요 기관에서 물러날 것 등을 요구해 왔지만, 조 목사의 면담 뒤 그의 약속을 믿고 꼬리를 내렸다.

조 목사 약속이행 및 여의도순복음교회 자정의지가 관건

따라서 남은 것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정능력을 보이느냐다. 방 위원장이 “조 목사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며 고발이 여전히 유효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 목사의 말만 믿고 개혁연대가 서둘러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방 위원장이 “조 목사의 약속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행되는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요구안은 심도있게 논의를 더 해봐야 하며, 앞으로 더 심각한 논쟁과 운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고, 박득훈 대표는 “우리는 일반 시민단체와 성격이 다르며, 교회가 조 목사 개인의 신념을 받아들일 경우 교회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자정능력이 있다고 볼 것”이라며 “그러나 교회가 조 목사의 소신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눈물을 머금고 고발할 수밖에 없으며, 일단 우리는 조 목사와 순복음교회에 의지를 표명하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박 목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고발을 위한 고발이 아닌 교회가 스스로 재정 등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자정능력 판단에 초점을 뒀으며, 우리의 충심”이라며 “교회가 스스로 해결한 능력을 표명(조목사의 은퇴 약속)한다면 고발을 언제까지 연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가 먼저 면담 요청…“검찰 고발 바람직하지 않다”

조 목사와의 이날 면담은 개혁연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갑작스레 성사됐다. 오전 7시께 조 목사의 면담 요청을 받은 개혁연대 집행부는 8시48분께 조 목사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조 목사는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해서 2월 은퇴는 불가능하다며 후임자를 정한 뒤 3년 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및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남은 목회 기간 동안 최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세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부인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뜻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 목사와의 면담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면담 과정에서 교회 문제를 법정에서 심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 목사의 뜻이 확고했고, 고발 철회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개혁연대는 도덕적으로 더욱 우월해야 할 교회가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인다면 사회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개혁연대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발하려 했던 내용은?

이날 개혁연대가 고발하려고 했던 것은 순복음교회가 2000년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의 개인기업을 위해 교회재산을 담보로 총 300여억원을 대출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편법이 있었다는 점이다. 순복음교회는 조희준씨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기 위해 합법적인 교회 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횡령과 배임의 잘못을 저질렀다. 이는 2001년 조희준씨가 국민일보에 대한 세금포탈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은 것과는 무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 장남인 조희준이 대표이사로 있던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주)를 위해(조희준은 1994년 12월15일부터 2000년 9월29일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임했다.) 1997년 4월과 6월 국민일보지원(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으로 개명하기 이전의 상호-이 20억8천만원과 60억원을 대출받을 당시와 2000년 2월 31억엔을 대출받을 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유하고 하고 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은 “교회가 언론선교사업을 위해 세운 국민일보 지원을 위해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을 세워 국민일보를 간접 지원하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개혁연대는 1999년 11월17일자로 이러한 규정을 담은 설립목적이 삭제돼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개혁연대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년문제에 간섭하는 이유는?

개혁연대는 이날 조용기 목사의 은퇴문제에 대해 간섭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개혁연대는 “전 사회적으로 모든 직종의 근로자들의 정년이 축소되거나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만이 사회정서와 별개로 정년을 늘리려는 시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개혁연대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단지 조 목사의 정년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혁연대는 “그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에 대한 집착으로 교회의 진정한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이 잊혀져 왔다”고 지적한 뒤 “이런 문제는 결국 영적숭배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며, 이런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 목사의 은퇴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개혁연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처럼 목회자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교회운영은 재정 및 친인척 문제로 몸살을 앓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으며, 특히 하나님께 바친 헌금이 성도들도 모르는 가운데 목회자 가족의 유익을 위해 유용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며 “조 목사의 은퇴만이 이런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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