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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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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송 우리집에는 강아지가 세마리 있다. 푸들인 별이와 춘향이, 슈나우져인 크크인데 10년 전에 그림 그리려고 슬쩍 키운 것이 이렇게 늘었다. 우리집에는 강아지를 대하는 데 있어 남자와 여자가 확실히 다르다. 남자인 나와 아들 시현이는 그냥 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딸 솔나리와 솔나리 엄마는 그냥 딸이나 동생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들도 그냥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아지를 키운 지 한 8년이 지나서야 나는 별이의 “아빠 뭐해?”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얘들은 정말로 그냥 우리 식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싸 놓는 똥은 정말 성가시다. 개똥이 거실에 널부러져 있을 때 솔나리가 옆에 지나가면 난 이렇게 말한다. -솔나라, 이거 아빠 식량이야 건들지마. 이 말을 번역하면 -솔나라 개똥 좀… 아냐… 니가 치우겠냐, 젠장 내가 치워 야지, 에잇, 기왕이면 기분 좋게 처리해 보자… 이런 뜻이다. 그래서 난 간단한 동요 같은 걸 하나 지었다. 제목은 개똥송 거실 바닥에 우리집 개똥 먹어 버릴까 먹어 버릴까 치우기 싫은 우리집 개똥 볶아 먹을까 튀겨 먹을 까 아 ---- 그냥 먹을 까. 이러고 나면 확실히 좀 덜 더러워 보인다. 정말 그렇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시라. 언제가 되면 개똥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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