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2 16:50
수정 : 2006.02.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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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 ‘스트레인지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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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책
얼마 전 승산에서 낸 리처드 파인만의 전기 <천재>는 함께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다. <스트레인지 뷰티: 머리 겔만과 20세기 물리학의 혁명>이 그것이다.
파인만과 겔만은 여러 면에서 서로 대비되는 된다. 파인만은 1965년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로, 파인만보다 11살 아래인 겔만은 1969년 기본입자에 관한 연구로 각각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둘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친구로, 공동연구자로, 연구실 이웃으로, 경쟁자로 지냈다. 파인만이 스스로 광대처럼 행동하는 익살꾼이었다면, 겔만은 박학다식과 완벽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캐릭터였다. 파인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꾸밀줄 아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가를 정확히 아는 편이었다면 겔만은 ‘글쓰기 장애’라고 할 만큼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결벽증적으로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두 천재가 원래부터 그렇게 달랐다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서 방법이 달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겔만은 사실 ‘복잡한’ 사람이다(그는 지금도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전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스트레인지 뷰티>는 이례적이다. 그것은 그가 남긴 뛰어난 업적 때문이기도 하고, ‘치명적 글쓰기 장애’로 인해 자신이 쓴 글이 그만큼 적은 탓이기도 할 것이다). 관심 분야가 다양해 그만큼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물리학자도 드물다. 이에 비해 파인만은 “우리가 가진 물리학의 근본적 측면에 관한 유용한 지식 가운데 머리 겔만의 이름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겔만은 언어감각이 뛰어났는데, 15살 나이에 예일대에 입학하면서 고고학자 아니면 언어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세계 각지의 언어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뛰어난 감각을 소유했다.
겔만은, 원자의 종류보다 훨씬 더 많은 소립자들이 모여 이뤄내는 이 세계의 다양성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 이 과정의 클라이맥스가 쿼크의 개념이며, 겔만은 그 존재를 처음 밝혔을 뿐 아니라 이름까지 지어줌으로써 길고 긴 혼돈의 시기에 마침표를 찍었고, 소립자 주기율표인 팔중도 이론을 만들어 ‘20세기 멘델레예프’라고 불린다. 그가 발견한 법칙은 명료하면서도 기묘한 것이었다. 그는 자연의 배후에 숨겨진 대칭성을 찾는 것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으면서도 언제나 현실 세계의 다양성을 잊지 않았다.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겔만을 닮았다. 인물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양자역학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하는 이 책은 모든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겔만 스타일이다.
좁은 지면에(그렇게 해도 600쪽이 넘어가긴 했지만) 방대한 내용을 담다 보니 책이 너무 빽빽해졌고, 양자역학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도 때문에 쉽게 읽어 내려가기 어려운 책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겔만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흰 곱슬머리에 깐깐해 보이는 뿔테 안경의 할아버지 겔만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물리학의 세계를 독자들이 경험해 보길 바란다.
황승기/도서출판 승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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