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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2 18:25 수정 : 2006.01.13 19:55

오리나무 숲에는 하얀 바람이 산다
서연 지음. 호미 펴냄. 1만원

책속의 한장면

“대학 시절, <대지>의 작가인 펄벅의 산문들을 읽다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의 산문은 종종 ‘대지’의 실상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농부가 쟁기로 막 갈아엎은 논흙을 두고 그녀는 ‘빛난다’고 묘사했다. 그런가 하면 가뭄에 타들어간 흙빛에 대해선 ‘하얗다’고 썼다. 정말 그렇게 보이는가.

…이 산골에서도 ‘하얀’ 바람을 종종 만난다. 그 바람은 강 건너 산에 주로 산다. 산 중턱엔 오리나무 군락이 있다. 바람이 불면 그 나무들은 곧잘 잎을 뒤집었다. 그 뒤집어진 잎들은 ‘하얗게’ 보였다. ‘하얀’ 바람은 그 오리나무 군락 속에 살고 있었다.

…나는 사물을 그와 같이 보는 감수성이 우리 삶의 어떤 본질과 깊이 닿아 있다고 믿고 있다. 모든 사물은 특정한 시공간에서 자기만의 표정을 갖는다. 그 표정을 어떻게 읽어 내는가 하는 문제는 보는 사람의 몫이다.

…벼 안 포기 심을 때마다 한 부처 나타나니/ 천포기 만포기가 모두 부처일세.”

(‘하얀 바람, 하얀 원광을 만났을 때’, 145~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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