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9 17:24
수정 : 2006.02.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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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출판부 ‘문화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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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책
한 시사주간지에 ‘문화산업 1200조 시장’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거기서 말하는 문화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캐릭터산업 등이었다. (내가 몸담은 출판은 한마디도 없었다.) 도대체 비대증을 앓는 문화란 어떤 문화를 말하는 것일까. 이에 인문학 향유자들은 고민을 시작하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학’이 되어 ‘문화학’이라는 분야가 생기게 되었다. 문화학은 처음부터 수상한 낌새를 내포하고 있었다. ‘문화’라는 단어에 너무나도 많은 스펙트럼이 겹쳐 도대체 문화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학자’라면 도대체 그가 사회학자인지, 철학자인지, 인류학자인지, 딴따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하나의 유행상표가 되어 ‘키치’라는 단어로 도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교양인들이 점잔을 빼느라 그 유행상표를 도외시하고 말 것인가. 그럴 수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화’란 무엇인지 제대로 자리매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문화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문화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 훔볼트 대학의 하르트무트 뵈메 교수 등 3인이다. 이를 공들여 번역하고 수차례에 걸쳐 다듬은 번역자는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손동현 교수와 울산대학교 철학과의 이상엽 교수다. 이 책의 제1장에서 말하고 있듯이 문화학은 애초에 ‘기획’으로서 시발되었다.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인문학이 그 정체성의 위기를 맞자 그것을 새롭게 변모시키려는 하나의 기획으로서 문화학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인문학이 인간의 삶과는 동떨어진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후기산업사회의 일상 속에서 인간의 삶과 생활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 영역을 문화 전반으로 확장한 문화학은, 하나의 ‘세계시장’이라는 사회경제적 현실을 파악하고 이와 같은 기술적, 과학적 문화의 세계화 과정이 전형적인 유럽의 힘임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 속에 스며든 서구 문화의 유령들은 우리를 때때로 헷갈리게 한다. 우리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스포츠 경기가 아니면 실감하기 어렵다. 우리의 영화, 우리의 TV, 우리의 영상들은 이미 세계적이다.
그래서인가. 사방의 대학들에서 문화콘텐츠학과, 미디어창작학과들이 생겨났다가 문을 닫곤 한다. 그들은 무엇을 ‘문화’라고 규정하여 대학에 학과를 개설했을까. 먼저 ‘문화’란 무엇인지, 혹은 ‘문화’란 적어도 어떠해야 한다든지, 혹은 현재의 ‘문화’는 어떻고, 문화 개발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숙고가 있었을까. 아니, 그 숙고가 진정 문화적인 것이었을까.
문화가 하향평준화됨과 동시에 상향평준화되어 문화 중산층들이 생겨나 1200조의 기적을 이루었겠으나, 그것이 어쩐지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지는 것은, 혹은 무언가 우리의 아이들을 그 문화에 노출시키기에는 어쩐지 조심스럽게 되는 것은, 그 안에 충분한 ‘가치에 대한 탐색’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문화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화에 대한 진지한 숙고가 담겨 있어, 상업문화의 물결 위를 떠다니며 가치의 뱃멀미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하나의 추를 던져줌으로써 닻을 내리고 가치를 찾도록 도와준다.
전수련/성균관대학교 출판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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