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찻집
‘가하다’에는 ‘可하다’와 ‘加하다’가 두 가지가 있다. 앞의 ‘가하다’에서 ‘可’는 ‘가하다·가부·가능’ 따위로 쓰이기도 하고, ‘가타부타’(可하다 否하다)처럼 본말 아닌 ‘준말’로만 쓰이기도 하는 자동사다. 오래된 쓰임이긴 하나 요즘 와서 외따로 쓰이는 일은 드물다. ‘옳다·좋다·맞다·할 수 있다’로 쓸 말이다. ‘加하다’ 역시 홀로 떼어놓고 보면 값싼 한자말투로서 별로 쓰임새가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많이 쓰고 있다. 그 까닭이 있을 터이다. 주로 ‘더하다·보태다·주다·늘리다·쓰다·끼치다’ 들이 쓰일 자리에 타동사로 쓰인다. 국어연구원에서 낸 <주요어휘 용례집>(2002)에 오른 보기월을 몇 개 살펴보자. △원금에 이자를 가해서 갚아라 △내용에 손질을 좀 가하면 좋은 글이 되겠는데 △아군은 적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피의자에게 고문을 가하는 행위가 금지되었다 △1회전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박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들은 걸핏하면 서로 상대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린치를 가했다 △경찰이 점점 시위대에 압박을 가해 오자 그들은 더욱 격렬히 맞섰다 △박차를 가하기를 바랐다 △속력(속도)을 가하다 △정치권 비리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다 △철퇴를 가하다 이 정도는 사람들이 많이 쓰고 문법적으로도 통하니까 됨됨이와 상관없이 인정하자는 이들이 적잖다. 그러나 적절한 쓰임이 아니므로 좀더 손질을 하거나 다른 말로 바꿔 써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터이다. 위 보기들을 손질해 보자. △원금에 이자를 얹어서 갚아라 △내용을 좀 손보면 좋은 글이 되겠는데 △아군은 적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피의자를 고문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1회전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박 선수가 한주먹을 날렸다 △그들은 서로 걸핏하면 싸우거나 상대편을 붙잡아다 매질했다 △경찰이 점점 시위대를 압박해 오자 그들은 더욱 격렬히 맞섰다 △박차를 더하기를 바랐다 △속력(속도)을 더하다(높이다) △정치권 비리에 대대적으로 메스를 댔다 △철퇴를 안기다. 이 밖에도 “손해를 가하다, 피해를 가하다, 변경을 가하다”에 이르면 말이 안 된다. 더구나 일본말(加える)이 끼친 영향이 많고, 게다가 영어(add ~ to, gather, apply, put, inflect ~ on …) 따위를 죄다 ‘가하다’로만 뒤치는 버릇을 그냥 두고 봐서는 곤란한 까닭이다.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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