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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평론집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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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민족문학론에 매달리던 그
‘분단시대 겸한 통일시대’에 접어들어
한국문학으로 깃발 바꿔들다
이는 유연한 변모인가 후퇴인가
민족문학운동의 이론가이자 실천적 지식인인 백낙청(68) 서울대 명예교수가 15년 만의 새 평론집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창비)을 내놓았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 2와 <민족문학의 새 단계>에 이은 네 번째 평론집이다.
앞선 세 평론집이 한결같이 ‘민족문학’을 제목으로 내세웠던 데 비해 이번 책에서는 그 자리를 ‘한국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대신 백 교수는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4’를 부제로 삼음으로써 이 책이 앞선 평론집들의 연장선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 해도 ‘민족문학’이 주연의 자리에서 조연의 자리로 밀려난 느낌은 어찌할 수가 없다. 1970년대 이래, 아니 그 이전 1966년 초 계간지 <창작과 비평>의 창간 이래 40년 동안 줄기차게 민족문학론을 부르짖고 그 이론의 심화·확산에 매진해 온 그이기에 이런 변모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문학 안팎의 어떤 상황 전개가 ‘백낙청표 민족문학론’의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
물론 백 교수는 처음부터 ‘민족문학’이라는 이름의 역사성 또는 한시적 유효성을 향해 퇴로를 열어 놓기는 했다. 1978년에 낸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에서 그는 ‘민족문학’이 “그 개념에 내실을 부여하는 역사적 상황이 존재하는 한에서 의미있는 개념이고, 상황이 변하는 경우 그것은 부정되거나 한층 차원높은 개념 속에 흡수될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새 책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민족문학’이 그보다 한층 차원높은 개념인 ‘한국문학’에 흡수되게끔 상황이 바뀌었다는 뜻이 되는 것인가.
백 교수의 이번 평론집은 1990년의 <민족문학의 새 단계> 이후 쓴 글들을 망라하고 있다. 대부분은 잡지 또는 창비 인터넷 사이트에 발표한 것들인데, 서장인 ‘민족문학, 세계문학, 한국문학’만은 이번 평론집을 위해 새로 써 넣은 신고(新稿)다. 그만큼 ‘민족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 중심이동을 행한 백 교수의 최근 생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15년여간 쓴 글 한데 묶어
백 교수가 90년대 이후 주력해 온 것은 문학보다는 분단과 민족문제 쪽이었다. 그가 주창한 ‘분단체제론’은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통일의 미래로 견인하고자 하는 한 실천적 지식인의 득의의 창안이었다 할 법하다. 분단이라는 민족의 현실과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세계체제라는 국제적 상황을 한목에 살피려는 노력은 문학을 보는 관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백 교수의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분단 극복이라는 우리 문학의 과제가 민족적 차원을 넘어 전세계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적극적인 사고이다. “‘분단체제극복에 기여하는 문학’에서 민족적 차원이 차지하는 결정적인 비중이 도리어 전지구적인 문학옹호·예술옹호 기능의 강화라는 세계적 차원마저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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