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0 21:12
수정 : 2006.01.20 21:12
레스토랑 차려 강의도 하는 변증법 학자
“‘걸어다니는 철학’이란 호프집을 내고 싶었는데 이제 꿈을 이룬 셈입니다.”
1980년대 ‘걸어다니는 변증법’으로 통하던 황세연(54)씨가 레스토랑 ‘휘가로’ 주인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11월 인수해 벌써 석달째다. 서대문구 신촌 로터리에 위치한 100평 규모의 이 식당은 평일에는 음식을 팔지만 토·일요일 오후 3시부터는 철학 강의실로 변한다. 황씨 또한 식당주인에서 강사로 옷을 갈아입는다.
“물질 만능의 사회에서 사람이 물질보다 우위라는 사실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변증법이란 무엇인가〉, 〈철학입문〉, 〈헤겔 정신현상학과 논리학 강의〉 등 운동권 학생들의 ‘철학 교과서’를 펴냈던 황씨는 광주민중항쟁과 구로구청 사건 등에 관련되는 등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겨왔다. 익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고, 옛 새천년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의 사이버홍보단장을 맡는 등 한때 정치권에도 기웃거렸지만 지금은 정치의 꿈을 완전히 접었다고 했다. “정치가 폐쇄된 성처럼 대중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는 자신의 임무가 철학의 대중화라 믿는다.
“예전에 골방에서 토론하던 ‘민중철학’을 이제는 공개적으로 하자는 거죠.”
인문사회과학 출판사인 중원문화 대표이기도 한 황씨는 활자를 통해 전파하던 철학을 입에서 귀로 전파하고 싶은 욕심이다. 음식점은 그 수단으로 선택된 것. 하지만 음식점이 출판사보다 수익이 낫다고 실토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하는 강의에는 초등학생부터 일흔 노인까지 청중이 다양하다. 80년대 자신이 낸 책을 읽은 독자가 자녀의 손을 잡고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첫째 셋째 토요일 저녁 7시부터는 민족사되찾기운동본부 소속의 강사들이 역사강의도 한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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