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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1 14:58 수정 : 2006.01.23 13:21

5-6세기의 고대 인골 10여 구가 출토된 전남 나주시 영동리고분군 발굴현장에서 21일 열린 설명회는 고고학자와 시민 등 1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심영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장 등 문화재전문가들과 신정훈 나주시장, 문화재청 관계자 등 참석자들은 발굴을 주도한 이정호 교수(동신대 문화박물관)의 현장 설명을 듣고 연구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현장을 살펴본 이들은 문화재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릴 것 없이 출토된 인골의 생생한 모습에 놀라워했다.

이정호 교수는 "인골 출토 기사가 나간 이후 인터넷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니 '너무 생생해서 나중에 인위적으로 집어넣은 것 같다'는 내용도 있었다"며 한 봉토분에서 인골만 10여 개체분이 발견된 이번 발굴 성과에 대해 흡족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에 출토된 인골 7기는 모두 1호분으로 명명된 한 고분의 봉토 안에 마련된 돌방무덤(횡혈식석실분)과 석곽묘(돌덧널무덤) 등에서 나왔다. 지난해 조사에서 인골 2개체분이 출토된 이후 같은 고분에서 또다시 다수의 인골이 나온 것이다.

이 교수는 4기의 인골이 출토된 1호분 2호 석실의 인골에 대해 "20대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중 한 여자의 인골은 골반뼈의 양상으로 미루어 3번 정도 출산한 흔적이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골의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발굴조사팀은 현재 인골의 형질과 DNA분석 등을 준비 중이다. 유전자 분석이 이뤄지면 출토된 이들 인골이 서로 어떤 관계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고분들간의 관계와 혈연관계를 규명, 고대 지배세력의 권력계승 형태 등 당시의 사회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원광대 최완규 교수는 "혈연관계를 통해 사회구조가 일부 파악되면 이는 마한사회를 자세히 규명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산강 유역 한 고분의 묘실에서 이렇게 생생한 인골이 다수 출토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같은 나주 복암리고분의 경우 10여년 전 발굴 조사 당시 여러 기술적 한계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발전된 기술로 DNA분석 등 각종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인골 뿐 아니라 1호분 1호 석실에서 출토된 다양한 토기 30여 점과 철제대도, 관못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유물들을 살펴본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출토된 배부병(. 잔이 달린 병)에 대해 "제주를 담았던 것인지 아니면 곡식의 종자를 담았던 것인지 지방산 분석을 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출토 유물들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0여년 전 나주 복암리 유적의 발굴을 총괄했던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복암리 유적은 평지에 있는데 비해 이곳은 구릉"이라며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서 나오는 차이를 좀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인골이 출토된 나주시 일대는 복암리 고분과 신촌리 고분(사적404호) 등 영산강 고대문화의 영화를 누렸던 지배세력 고분이 산재해 있어 속칭 '지뢰밭'(미발굴 유물이 매우 많다는 의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일대의 다장묘제(. 이번 출토 사례처럼 한 고분에 다수의 피장자를 안치하는 묘제) 등 독특한 고대 고분문화는 학계에서 지금까지 '혈연적 가족관계'를 뜻한다고 보고 있었으나 인골과 같은 일차자료가 없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이번에 출토된 인골들이 DNA분석 등을 통해 서로 어떤 관계였는지를 밝히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설명회 참석자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혼자 진행하기 힘든 사안이므로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등이 나서야 한다"는 등 발굴 성과의 보존과 극대화를 위해 문화재청 등을 통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 (나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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