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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6 16:47 수정 : 2006.04.03 17:37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여보, 우리 파티를 열까?

환경운동가이자 짱뚱이 시리즈를 그린 만화가 신영식씨가

얼마전 돌아가셨다. 나랑은 짱뚱이 만화의 스토리 작가이자

그 자신이 바로 짱뚱이인 부인 오진희 여사와 함께 전부터 친분을

갖고 있었다. 재작년에 식도암 수술을 해서 그건 나았는데

난데 없이 말라리아에 걸려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약을 썼더니

간을 다쳐 (간경화)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채 쇠약해 가서 끝내 돌아가시고 만 것이다.

내가 병문안을 갔을 때 영식형은 그야 말로 히말라야의

요기나 예수 그리스도 처럼 수염이 난 채 말라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어느 때 보다 평온 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평생 하지 않던 농담도 하고 웃기기도

하며 그 자신 스스로와 싸워 왔던 모든 싸움을 화해 하고 너그러워

지고 부드러워 지고 마침내 어린애 같은 자유를 얻은 것이었다.

짱뚱이 여사에게 안긴채 마지막 한 말이 이렇다.

-여보 우리 파티를 열까? 샴페인도 터뜨리고 말이야.

그리고는 깊은 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그의 말대로 상가 분위기는 이상하게도 슬프기 보다 평화롭고

환하게 밝아 정말 무슨 파티를 하는 것 처럼 기분이 좋았다.

다들 묘한 평화로움과 은혜 같은 것 속에 싸여 있다가 돌아들 갔다.

호상도 아주 좋은 호상인 것처럼.

따스한 빛이 가득한 죽음, 그가 어디로 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죽음, 죽음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죽음. 이런 기분좋은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면….

난 이렇게 죽음이, 희망을 주는 화안한 죽음이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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