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6 17:59
수정 : 2006.02.06 15:27
역사로 보는 한주
1886년 1월29일 독일인 칼 프리드리히 벤츠(1844-1929)가 제국 특허국에 3륜차를 등록했다. 이로써 특허번호 37435, ‘가스로 가는 자동차’인 이 3륜차는 역사상 첫 내연기관 자동차로 공인됐다. 이 3륜차가 ‘발명’된 것은 그 전해인 1885년으로 벤츠 나이 41살 때였다. 이 자동차는 다루기가 몹시 어려워 시험주행할 때 주변의 벽을 들이박기 일쑤여서 구경꾼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 첫 차를 거리로 끌고 나간 진정한 첫 운전자는 벤츠의 부인 베르타였다.
자동차 발명역사에서 벤츠와 함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사람이 고트리프 빌헬름 다임러(1834-1900)다. 다임러는 동료 빌헬름 마이바흐(1846-1929)와 함께 1886년에 시속 16㎞의 첫 4륜 자동차 ‘라이트바겐’을 만들었다. 이에 앞서 다임러-마이바흐는 1885년에 사상 첫 오토바이라 할 수 있는, ‘가스나 석유를 태워 움직이는 기계로 끄는’ 내연기관 2륜차(차체는 목제)를 특허등록하고 마차나 보트에 장착해 시험주행도 했다.
벤츠는 1886년 7월 다임러-마이바흐가 1885년에 특허등록한 가솔린(석유)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를 내놓았다. 그는 이 차를 ‘벤츠 특허 모터카’로 선전하면서 판매했다. 사상 첫 자동차 판매사업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때 내놓은 25대(물론 모두 수제품이었다)의 판매성적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런데, 가솔린을 공기와 혼합해서 실린더속에서 압축해 점화·폭발시켜 동력을 얻는 4행정(연료흡입-압축-연소·팽창-배기) 내연기관(엔진) 자체를 발명해낸 사람은 다임러도 마이바흐도 아닌 니콜라우스 아우구스트 오토(1832-1891)였다. 오토는 1876년에 4행정 내연기관을 발명해 그 다음해에 특허등록했다. 그러나 오토의 이 내연기관은 실용화하기에는 아직 문제가 많은 초보 수준이었다.
3륜차 개발에 매달리던 벤츠사가 4륜차로 방향을 바꿔 실용적인 4륜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90년대였으며, 한때 기술적으로 오히려 앞섰던 다임러사와 합쳐 다임러벤츠가 탄생한 것은 1926년이었고, 1998년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사와 합병해 다임러-크라이슬러(판매실적 세계6위)가 됐다.
내연기관 등장 이전의 자동차 엔진은 증기기관이었다. 1827년께는 영국 런던 등지에 증기기관 버스가 나타났고 1860년께는 프랑스에도 등장했으며, 미국에서는 1907년 포드의 T형 포드카가 출시돼 자동차 대중화가 시작됐으나 1920년대까지도 증기자동차가 팔렸다. 영국에서는 증기자동차가 도로를 파손하고 말과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이유로 규제법까지 만들었는데, 빨간 깃발을 든 보행자가 선도하는 가운데 교외에서는 시속 6.4㎞, 시내에서는 3.2㎞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그 탓인지 영국의 자동차 개발은 독일 프랑스보다 뒤처졌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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